영월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는 등산을 다니기로 옆지기와 약속을 해놓고 이번 주에는 어디를 다녀올까
생각을 하던 중 친구인 용현이와 오르다가 거의 정상을 앞두고 다리가 풀리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포기
했던 수리산이 떠올라 이번 주에는 수리산이나 가볼 생각으로 수리산의 등산지도를 인터넷으로 찾아보
니 지난번 포기했던 그 봉우리가 수암봉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 수암봉에 갔다가 내려와서 범계사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 오면 되겠다. 그래 수리산에 가자.
등산을 다니기 시작한 후로 옆지기가 등산조끼 2벌,등산용 셔츠 2벌,등산용장갑,등산스틱등을 사주기
시작했는데 낚시바늘에 걸린 붕어같이 등산에 코가 꿰어서....
자꾸 등산용품을 사다 주니 안 갈 수는 없고 딸래미를 학교에 보내고 9시경에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는 시간이 9시 20분경이다. 1번 국도로 해서 안양시내를 가로질러서 병목안으로 가야 한다.
주말이라서 주차장에 등산객들의 차가 많을 거라고 옆지기 차로 병목안까지 이동해서 주차장에 주차시키
는데 아직 일러서인지 차가 별로 없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몸이 말을 안들어서 포기했던 수암봉 방향으로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
수리산의 계곡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오늘도 고난의 길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서서히
오르기 전에 호흡조절
약수터를 지나서 본격적으로 산으로 들어섰다.
처음 산에 오를 때는 숨도 가쁘고 다리도 무겁더니 몇 번 산에 오르고 난 뒤에는 몸에서 받아들였는지
처음같이 힘들지는 않다. 멀리 보이는 앞에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한창이고 그 소리가 뒤를 쫓는 우리
에게 정겹게 들려온다.
중간에 한번 쉬고 다리를 풀어주고 있다.
지난번에 올 때는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그렇다. 헬기장을 지나고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수암봉이란다.
조금 올라가니 헬기장이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니 정상이란다. 이상하다. 여기가 정상인가 봐.
내가 지난번에 여기를 못올라왔나 싶다. 어 그때는 높았는데 이상하네. 옆지기랑 오는데 쪽 팔려서..
수암봉 정상 표지석에서 옆지기와
산에 왔는데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해서 내가 여기서 실수를 했다.
산에 다닌지 이제 겨우 네 번째 산행인데 기왕 올라온 김에 수리산을 완전히 한 바퀴 돌자고 옆지기에게
되지도 않는 말을 지껄이게 되었고 결국은 수암봉(395m)-슬기봉(429m)-태을봉(488m)-관모봉(426m)
으로 해서 하산을 석탑이 있는 숲을 지나 제1만남의광장을 지나서 제2만남의 광장까지 얼마 정도의
거리인지는 모르지만 한번 가보자고 약속하고 공군부대 옆에 있는 슬기봉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선 수암봉에서 사과로 원기를 보충하고 갈 길이 멀고 가파르다는 슬기봉으로 향했다.
한참을 가다가 돌아보니 우리가 올랐던 수암봉에는 등산객이 많이 보인다.
슬기봉을 가려면 이런 철책선을 끼고 산으로 올라서 정상에 버티고 서있는 공군부대를 바로 밑으로
돌아서 가야하기 때문에 완전 비탈길에 옆으로는 깍아지른 절벽...
무서워서 혼났씀.
이길을 따라서 쭉 올라가다 산 허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에 솔깃해서 그 길로 들어섰다가 길이 없
어져서 다시 돌아나오고 또 길을 잘못 들어 하산길인 동막골로 가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에게 물어서
간신히 슬기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힘은 들지만 산에 올라서 아래로 보이는 경치를 바라보면 힘들었던 순간이 싹 없어진다.
슬기봉으로 가는 길인데 등산객이 별로 없다. 난코스라서 그런지...
길이 험해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공군부대를 우회해서 오르고 내려가고를 몇번이나 반복하더니
드디어 슬기봉의 표지판이 보인다.
드디어 두번째봉우리인 슬기봉. 푯말 왼편으로 통제구역(군사보호시설)이라고 쓰여있는데 산꼭대기에
있는 공군부대의 철망을 우회하려니 가파르고 절벽이라서 아주 죽을 맛이었다.
슬기봉에서 바라본 산본과 안양방향
원래 계획은 수암봉에 올랐다가 범계사거리에 있는 전주콩나물해장국집에 가서 시원한 해장국에
모주나 한잔하려고 했는데 수암봉에 오르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
전주콩나물해장국집의 모주 대신에 주막에서 막걸리나 한잔하자.
수리산을 완전정복하려면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데...
된장에 홍담무를 꾹 눌러서 마늘쫑과 같이 먹으니 걸쭉한 막걸리가 목을 타고 넘어가 뱃속이 따듯해
진다.
슬기봉의 삐죽나온 바위에서
옆지기는 무섭다고 바위 밑에 걸쳐서
외곽순환도로가 지나는 터널이 보이는데 차 지나가는 소리가 울려서 그런지 장난이 아니게 크다.
슬기봉에 오른 시간이 1시가 훌쩍넘어 슬슬 배가 고파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을 줄 알았으면 먹거리를 좀 더 준비해 왔어야 했는데 먹을 거라고는 달랑 쵸콜렛과 사과
하나 그리고 물밖에 없으니...
하도 허기가 져서 사과 하나를 옆지기랑 나눠 먹었다.
남들을 정상에 앉아서 배부르게 먹고 있는데....
슬기봉에서 태을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칼바위.
바위가 너무 칼이고 그 칼을 붙들고 넘어가야 하는데 양옆으로는 절벽이기에 하는수 없이 우회해서
지나는데 그 또한 난코스라 밧줄을 붙잡고 내려가야 한다.
칼바위 앞에서 등산객이 건너는것을 보고 있는데 오금이 저려온다.
슬기봉에서 태을봉까지 오십 분은 걸린 것 같다.
여기서부터 다리에 과부하가 걸려서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으로 관모봉이 저만치 눈앞에
보이는데 포기할수는 없었다.
태을봉정상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죠스바를 먹었는데 세상에 죠스바가 이렇게 맛이 있었냐?
너무 시원하고 꽁꽁 얼어있는 죠스바를 한 입 베어 무니 .........
땀 흘리고 힘들게 산에 올라서 먹는 아이스크림이라니
너무 너무 시원해서 옆지기는 아이스크림 하나 더.
태을봉 정상 표지석
이전에 있던 태을봉 표지석
다시 옆 봉우리인 관모봉을 향해서 가야 하는데 다리가 아파온다.
내리막길을 지나서 다시 오르막이다.
아이고 다리야.
관모봉 정상에서
관모봉 표지석을 붙잡고 있는 옆지기.
이제는 제1만남의 광장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점점 아파오는 다리 때문에 내리막을 어찌 가냐.
관모봉에서 제1만남의광장으로 내려가는 길.
아픈 다리를 끌고 내려오는데
옆지기는 웃는다. 뒤로는 석탑이 보이고
단풍 숲에서
약수터
내려오는 길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빨리 오라고 ....
돌을 희한하게 쌓아놓았다.
이정표를 보니 겨우 880m를 내려왔다.
석탑이 있는 숲.
"만세! 만세! 만만세! 다 왔다."
그런데 여기서 부터 제2만남의광장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주차장에 가는데...
옆지기도 "다 왔다"
시간이 오후 네 시가 되어가는데 먹은 거라고는 달랑 사과 두알과 물 그리고 초콜릿이니 배가 고프다
안양한증막 앞에 오니 음식점에서 묵밥과 팥칼국수를 한다.
딸래미에게 학원에 가라고 전화를 하고
옆지기는 팥칼국수.. 나는 묵밥
묵밥. 메뉴는 묵밥인데 밥이 안나온다.
공기밥 한 그릇 추가하고
팥칼국수.
한 수저 떠서 먹어보니 깔끔하고 맛있다.
밥에 배추김치 묵은 놈 하나 걸쳐서 입에 넣으니 허기진 배가 조용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간을 보니 오후 5시.
아침 9시에 집에서 나와 수리산에 오른 시간이 9시 30분이니 산에서 보낸 시간이 여섯시간이 훌쩍
넘었다 . 초보산행인데...너무 무리인가.
평촌 자유공원의 은행나무 길.
아파트 입구에서 먼지를 털고
들어선다.
엘리베이터에서 다리가 아프다는데 뭘 그렇게 웃는지.
오늘 올라간 봉우리가 빨간색으로 보인다.
제2만남의광장 - 수암봉 - 공군부대 - 슬기봉 - 태을봉 - 관모봉 - 석탑이있는 숲 - 제1만남의광장
- 제2만남의광장까지 수리산을 뺑 돌았다.
집에서 이 지도를 보니 내가 미쳤지 미쳤어.
아무튼 수리산 완전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