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제제 놈의 발에 털이 제법 자라서 쇼파에 뛰어오를 때나 침대에 뛰어오를 때 뒷 발이 미끄러워서
홀딱 뛰다가 침대 메트리스에 배가 걸리거나 쇼파의 윗 부분에 걸려서 올라오지를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더니 요놈이 학습효과 때문인지 불러도 통 올라오지를 않고 밑에 앉아서 올려달라고 낑낑거린다.
예전에 이놈의 털을 직접 밀어주려고 털을 미는 전기미용기을 사서 한번 밀어주었는데 능숙하지 못한
솜씨로 털을 밀다가 피부가 물려서 피도 내고 가위로 깍다가도 피를 내었고 또 이놈이 한성질을 하는지
라 손을 물어서 맞기도 꽤 맞았었다.
딱 한번 그렇게 털을 깍아주고는 처박아 두었는데 예전에 옆지기가 동물병원에서 사온 입마개도 있고
하니 오늘은 발바닥에 많이 자란 털만 깍아주려고 이놈을 붙들었다.
옷방의 화장대 아래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화장대 의자에 앉혀놓고 애견미용실에서 하는 것과 같이
목에 줄을 묶고 가위로 털을 자르는데 몸을 흔들어대니 목줄이 빠져버린다.
입마개를 씌우려니 강력하게 거부하더니 으르렁거린다.
머리를 옆으로 돌려버린다. 아니 이놈이 거부해.
우여곡절 끝에 입마개를 씌우고 발바닥의 털을 가위로 자르는데 두발로 자기 뒷목을 붙잡더니 입마개를
훌떡 빼버리고는 으르렁거린다. 간신히 옆지기가 머리와 목을 붙둘고 내가 가위로 앞발과 뒷발의 털을
잘라내고는 목욕을 시켰다.
동물병원에서도 유별나고 성질이 더럽다고 소문이 나서 애견미용사가 왠지 꺼리는 눈치다.
털을 자르러 가면 미용사 손등을 물어놓고 치료받으러 가서는 수의사 손등을 물어버리니....
그 양반들이 하는 말 "다른 시츄는 얌전한데 제제는 ..." 이것도 집안 내력인가.
제제 목욕을 시키고 쇼파 밑에 쿠션을 베고 다리를 탁자에 올려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이놈이 목욕을 하고 개운한 표정으로 옆지기의 배위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니들 뭐해"하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본다.
이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살며시 잠이 들어버렸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아주 깊이 세상모르고 잠이 드셨다. 코도 간간이 골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모락산에는 단풍이 내리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