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가 이 세상에 얼굴을 내 밀은지 벌써 16년째가 되었다.
16년전 ... 90년 9월 3일.
그날은 내가 예비군 동원훈련을 받으러 송추로 입소를 해야 하는 날이었고 마눌님은 출산휴가를 받아
집에서 쉬는 날이었는데 새벽녁부터 배가 아프다더니 진통이 시작되어 집 근처인 독립문 세란병원에
서 태어났다.
그랬던 이놈이 백일,돌,유치원입학,초등학교,중학교를 졸업하더니 고등학교를 입학했다니 세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세월이 지나는 것이 나이에 비례해서 지나간다고 하더니 40대 중반에 들어서니 45키로의 속도로 좀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점심과 저녁을 학교에서 먹고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학원에 들려서 집으로
오는 시간이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니 피곤도 할 것이고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학교생활이
지겹기도 할 것이니 만화책도 빌려 보고 휴일이면 가끔 친구들과 영화도 보러 다니곤 한다.
아무쪼록 2년 반이 남은 고등학교 학창생활 동안에 열심히 노력해서 지놈이 가고자 하는 대학에
합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끔씩 내가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하면 씩 웃고 말지만 남아있는 기간 동안이
얼아나 가시밭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태평하기만 하니
어제도 지놈 생일이라고 안양1번가에 친구들과 만나서 영화보고 신포만두집에서 먹고 노래방에서
놀고 영화보고 들어오면서 생일케익을 하나 사서 들어왔다.
딸래미. 엄마 말 잘 듣고 제발 책상 좀 정리하고 살아라 책상에 수류탄 터져있는 것 같이 너저분하게
해 놓고 공부가 되냐.
영월에 갔다 오는날에 평촌 농수산물 센타에서 LA갈비를 사와서 양념에 재워두었다.
지글지글 불판에 구워서
야채사라다와 청양고추 마늘에 싸서 저녁에 생일파티를 하고
늦게 생일케이크로 축하하려고 케이크를 탁자에 올려 놓으니
제제놈은 쇼파 위로 도망간다. 예전에 생일케이크와 같이 붙어온 폭죽에 놀라서 이 놈은 케이크만
꺼내 놓으면 알아서 도망간다. 안 좋았던 추억이 떠오르는지...
케이크를 꺼내서
촟불을 켜서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제제놈을 들어서 저를 가려버린다.
촟불을 끄고 다시 찍으려니 또 제제 뒤로 숨고 가시나 말 정말 안 듣지.
초상권 침해라니 뭐라나.
제제놈은 뭐 얻어 먹을까 해서 옆에 꼽사리 껴서 앉아있다.
셋이서 조금 남기고 다 먹어 버렸다.
지놈 낳으려고 지 엄마가 고생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애교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놈.
퉁수바리 딸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