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학리에 도착하니 태양은 작렬하고 아침 이슬에 해가 내리 쬐니 습도가 높아서 숨이 턱턱 막힌다.
우선 밭을 한 바퀴 들러보았는데 비가 덜 오고 처서가 지나서인지 확실히 풀이 덜 보인다. 지난 주에 예
초기로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자라지 않았으니 다음에는 쉬엄쉬엄 해도 될 것 같다.
야콘은 서리가 오기 전에 수확을 한다는데 작년에는 야콘꽃이 해바라기처럼 피었을 때 수확을 했었다.
배처럼 아삭아삭한 것이 시원하고 달아서 갈아서 먹으면 맛이 아주 좋았고 성인병에도 좋다고 한다..
올 봄에 심었던 밤나무(대봉)에서는 가을에 수확하면 옆지기와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고 달랑 두
개가 달렸다. 딱 두 개만 달렸는데 따서 먹을 수 있을지...
야콘밭 옆에 심었던 밤나무 세 그루는 잘 자라고 있지만 폭이 너무 좁게 심겨져 있어서 옮겨야 한다..
땅콩밭에는 안 보이던 잡초가 키를 세우고 있다. 잎은 이렇게 무성한데 과연 땅콩이 달려 있을까?
땅콩은 모래가 섞인 땅에서 잘 자라고 모종을 심을 때 석회를 골고루 뿌려주라고 했는데 모래가 섞이지
도 석회를 뿌리지도 않고 그냥 집에서 땅콩을 모종판에 심고 키워서 모종을 심었었다.
호박은 밀림을 헤치고 �아야 하는데 운좋게 이 놈과 애호박이 눈에 띄였다.
호박넝쿨은 사방으로 뻗어가지만 호박꽃 밑에 호박은 달리지 않았었는데 호박 잎을 들춰보니 이제부터
꽃 밑에 호박이 조금씩 달리기 시작한다.
고구마는 잡초가 별로 없어서 이제서야 줄기를 뻗으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그나저나 멀칭도 하지 않고 심은 고구마는 밑이 잘 들었을지 궁금하다.설령 밑이 들었어도 고구마를 캘
때는 멀칭을 하지 않아서 고생 좀 할 것 같다.
마을 분에게 모종을 얻어서 심었던 토마토는 지난 주에 수확을 했었는데 또 이만큼이 달렸다.
수돗가에서 물로 씻어서 그냥 먹는데 맛이야 약도 안쳤고 바로 따서 먹으니 좋을 수 박에 없다.
자두나무 다섯 그루는 키가 이렇게 커서 바람이 불 때마다 좌우로 휘청거리고 있다.
역시 거리가 너무 가깝게 심어져 있어서 줄기가 서로 닿고 호박넝쿨이 붙잡고 오르고 있다..
이름을 몰랐던 이 나무의 이름은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조회해 본 결과 모과나무로 판명되었다.
모과나무는 두 그루를 심었는데 한 그루는 아마 사망한 것 같다.
구지뽕나무는 밭 둑에서 잘도 자라고 있다. 여기에 오디가 달리는게 맞나?
작년에는 앵두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가 장마가 지나고 비실비실 말라서 죽었는데 금년에 심은 앵두나
무 두 그루는 너무 잘 자라고 있다.
매실나무 이십여 주.
개발행위 허가를 받고 흙을 받아 공사를 하느라 나무를 너무 밀식해서 심엇더니 지금은 나무와 나무사이
의 폭이 좁고 밭에 심은 농작물과 경계가 겹쳐서 매실나무들이 너무 엉망으로 자라고 있다 .
11월 경에는 옮겨서 심어야 한다.
옥수수는 수확이 끝이 났는데 아직 밭에 서 있다. 아마도 옥수수대는 소의 먹이로 잘려나갈 것 같다.
봄에 모종판에 옥수수 모종을 만들어서 밭에 심었는데 잘 자라지는 않았다.
내년부터는 밭에 옥수수 씨앗을 뿌려서 직접 키워야 잘 자랄 것 같다.
왕벚나무나무 다섯 그루는 잘 자라고 있는데 밑으로 심은 단풍나무는 누가 밑둥을 발로 밟았는지 줄기가
부러져 있다. 이런 젠장....
칸나는 이제 꽃대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옆지기는 도착하자마자 이불을 땡볕에 널어 놓았다.
햇빛에 뽀송뽀송 말린 이부자리에서 잠을 자면 너무 기분이 좋다며 매 번 이렇게 해바라기를 시킨다.
예초작업을 이 주일 동안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풀이 자라는 속도가 확실히 늦다. 장마철인 한 달전
에만 하더라도 풀이 1미터이상은 자랐었는데 지금은 별로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자랐다.
약을 치지 않아서인지 밭에 많이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가 지주대에 앉아서 쉬고 있다.
이런 한가로운 풍경이 좋은데 운학리에 오면 일을 해야 하니 이런 풍경은 그냥 지나쳐 버린다.
마당은 밭일을 하면서 오후에 틈이 날 때마다 풀을 뽑아서 풀이 보이지 않고 깨끗하다.
역시 풀은 뽑는 게 제일인데 낫으로 베면 그 다음에는 더 굵고 더 억세게 나오니 그 게 문제이다.
연못은 이름모를 수생식물들이 덮어가고 있다.돌 옆으로는 잡초가 무성한데 바빠서 손을 볼 틈이 없다.
연못 주위로 해바라기가 머리를 들고 있다.
오늘은 여기를 예초기로 작업을 하려고 한다. 예초기로 풀을 자른지가 근 한 달이 되어가는데 이제는 제
법 많이 자라서 베어주어야 하는데 소나무가 군데군데 심겨있고 풀로 덮여 있으니 작업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꽃들이 활짝 피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그 땀을 보충하기 위해서 얼
마나 많은 물을 마시려는지 벌써부터 현기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