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더울 시간인 오후 두 시에 옆지기와 둘이서 또 밭으로 내려갔다.
나는 예초기로 소나무 묘목이 있는 밭과 배수로 옆으로 풀이 무성한 곳을 정리하고 옆지기는 고구마를
심은 곳과 소나무 묘목 주위의 풀을 정리하기로.....
폭염주의보가 내렸다고 하더니 정말로 뜨거워서 못하겠다는 .... 내 뿜는 숨에서는 단내가 나고 숨도 점
점 거칠어 온다. 땡볕에 이게 뭔 고생인지.......
무거운 예초기를 등에 메고 얼굴에 안전망을 쓰고 예초작업을 하는데 땀은 줄줄 흘러서 눈으로 들어가고
예초기 봉을 잡은 손은 힘이 점점 빠져서 예초기의 날은 땅을 긁고 예초기를 내리고 잠시 쉬었다가 일어
서는데 하늘이 노랗고 다리가 후둘거린다. 그래도 물을 들이키고 잠시 쉬면 조금 낫고 예초기를 돌리면
힘이 들고.. 그러기를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그레도 밭이 조금 훤해진다.
너무 덥고 땀이 흘러서 티셔츠를 마당 수돗가에서 찬 물에 푹 적셔서 입고 일을 해도 몇 분이 지나면 바
짝 마르고 다시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무더운 날씨이다.
예초기 작업이 끝나고 사망자 명단이다. 반송 한 그루 사망. 잣나무 한 그루 사망. 소나무 두 그루 사망.
예초기로 작업을 할 때마다 나무가 잘려나가니 이런 식으로 작업을 계속하면 밭에 남아있는 나무가 하나
도 없을것 같다.
거의 네 시간을 풀을 없애느라 땀으로 목욕을 하고 저녁시간이 되어서 마당으로 올라왔다.
오후에 밭에서 일을 하면서 먹은 물통.
땀을 흘린만큼 물을 먹었으니 땀으로 대략 3000cc는 흘린것 같다.
그 와중에 옆지기는 살을 빼야된다며 열심히 줄넘기를 하고 있다.
하루에 500번은 해야 된다며.... 밭에서 흘린 땀에 추가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냉장고에 있던 소고기는 전기코드를 뽑아놓고 간 탓에 일 주일만에 다 상해서 버렸지만 떡국을 해서 먹
으려고 가져온 떡국 떡은 그냥 집으로 가져갈 수 없으니 그냥 떡국을 만들어 먹었다.
멸치와 새우 그리고 다시마와 다시다로 육수를 만들어서 먹었는데 그래도 맛이 있었다는 사실....
김치.
술안주를 할 고기들은 냉장고에서 상해서 버렸으니 참치김치찌개로 대신했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게 일을 해서 술이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딱 한 병을 먹으니 몸이 편하다.
저녁상.
떡국을 몇 숟가락 뜨고 있을 때 핸드폰이 삐리리 울리는데 운학리에 터를 가꾸고 계시는 분이 지금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라는 전화가 왔다. 밖으로 나가서 내려다 보니 마을 안 길을 지나는 도로에 서 있는 차가 보인다.
오늘도 일에 치여서 서로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분도 폭염속에서 일을 하느라 땀을 엄청 흘렸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김**님. 앞 길로 지나실 때 클락션 두 번 울리시면 오신 줄 알겠습니다.
소고기를 넣지 않은 떡국은 이렇게 깨끗이 비울 정도로 맛이 있었는데 소고기를 넣지 않아도 이런 맛이 나는 줄은 몰랐다.
옆지기의 음식 솜씨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무거나 너무 잘 먹는 것인지......
운학리는 밤이 오면 주위가 깜깜한데 구룡산 위로 떠 있는 달이 그나마 운학리를 훤하게 비추고 있다.
저녁을 먹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가 밭 주위를 떠 다니는 반딧불이를 보았다.
깜깜한 밭을 서서히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를 운학리에서 보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안타깝게도 반딧불이의 밝기가 약하고 밭으로 떠 다니니 디카에 담을 수는 없었다.
왼쪽 아래로는 농가가 있지만 보이지 않으니 밤이면 우리 집 주위로는 이렇게 깜깜하다.
유일하게 mbc fm 원주방송국의 전파만 잡히니 항상 이 주파수로 라디오를 듣는다.
잠을 자고 눈 뜨면 출발인데 눈을 뜨니 새벽 다섯 시.
컵라면에 밥을 말아서 옆지기와 나눠 먹고 일곱 시 경에 서둘러 운학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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