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밖에는 비가 오락가락 내리는데 일기예보를 들으니 토요일인 오늘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 비가 많이 내리기 전에 집으로 가려고 어제 정리하지 못했던 토란 주위와 집옆에 있는 배수관 주변
의 풀을 비를 맞으며 낫으로 베었다. 돈을 주고 시켜도 하지 않을 일들을 시골에 오니 하게 된다..
그런데 장갑을 끼지 않고 풀을 베다가 내 손을 ......... 옆지기가 걱정할까봐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서 소
독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다시 나가는데 옆지기가 "손 베었어? 잘 좀 하지 장갑도 안 끼고 일을 해"
이번에는 장갑을 끼고 풀을 베었다. 낫질이나 예초기를 돌릴 때에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데 잠시 방심
을 하고 일을 했더니 피를 보고야 말았다. 이런 젠장........
올 봄에 땅콩을 사면서 같이 보내 온 토란을 심었었는데 여기에 몰려있다. 토란이 풀 속에 숨어 있어서
어제 베지 못했는데 마치 무덤같이 보인다.
풀이 말끔하게 깍인 야콘밭과 아무것도 심지 않은 밭이 보이는데 차라리 아무것도 심지 않았으면 예초기
를 돌리기가 편한데 군데군데 심어 놓은 농작물 때문에 풀을 베기가 더욱 힘이 든다.
그 많던 잡초들을 정리하고 보니 고구마,고추,옥수수,땅콩밭도 말끔하다.
석축 앞에도 어제 예초기를 돌렸더니 그나마 깨끗한데 석축 사이에는 풀들이 난리이다.
배수로 옆에는 이제서야 올라 온 피마자도 잡초 속에서 몸을 키우고 있다. 단풍잎 같이 생긴 피마자.
배수로 옆의 소나무에 난 풀을 베다가 그만 손을 베었다. 풀을 반대방향으로 눕히면서 낫을 앞으로 당겨
야 하는데 풀을 앞으로 당기면서 했더니 풀을 타고 낫이 미끄러지면서 내 손으로 달려들었다.
잣나무 옆의 해바라기와 잡초들도 비를 맞으며 낫으로 베고있었는데 갑자기 천둥과 번개응 동반해서 폭
우가 쏟아진다. 번 ~ 쩍.. 우 ~ 루 ~ 룽.. 콰 ~ 앙 ................ 죄 지은게 많아서 번개는 피해야 하는데
그래도 하던 일은 마쳐야 하기에 하는 수 없이 계속했더니 온 몸이 흠뻑 젖는다.
연못주위에 있는 풀들은 비는 내리고 시간이 없어서 그냥 크라고 두고 왔다. 니들은 다음 주에 보자.
어제 저녁 늦게까지 둘이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마당에서 밭으로 가는 길이 깨끗해져서 기분은 상쾌.
구룡산에는 비가 내리고 산허리에는 운무가 깔렸다.
장모님 집에서 가지고 온 항아리가 데크 구석에 보인다.
어제 저녁에 밭에서 따 온 오이,고추, 가지, 토마토가 삼태기로 가득 들어있다.
고추가 너무 많이 달려서 그런지 고추대가 다 쓰러져 있어서 다시 지주를 세우고 끈으로 묶어주었다.
여덟 시에 아침을 먹고 밖을 보니 잠시 그쳤던 비가 천둥,번개를 동반해서 폭우로 바뀌어 내린다.
옆지기에게 빨리 가자고 하고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정리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마을 도로 옆으로는 운학리계곡으로 피서를 온 피서객들이 세워놓은 차들로 만원이다.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운학교에서 주천강 방향으로 흐르는 물이 점점 불어난다.
운학리에서 운학교로 내려 오는 물도 거세게 내리는 비의 영향으로 온통 흙탕물이 흐른다.
주천강가에는 야영객들의 텐트가 을씨년스럽게 보이는데 이렇게 비가 한 시간만 지속되면 저기 보이는
텐트도 철수해야 될 상황이다.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움직여도 폭우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우리가 가장 힘들게 일을 한 날이 아닌가 한다.
"절대로 무리하지 말자. 즐기면서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