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는 작은 처형집에서 가지고 온 김치냉장고에 넣을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너무 좋아"를 연발한다.
그도 그럴것이 운학리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서 중고냉장고를 구입하려고 원주시내에 있는 재활
용센타를 다녀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냉장고도 없거니와 새로 사는 것 과의 가격차이가 별로 나지않아서
아예 제천에 나가서 중고가 아닌 새 냉장고를 사려고 했었는데 그야말로 땡 잡았다고나 할까.
김치냉장고이지만 중간칸에는 살얼음이 살작 얼을 정도의 냉동고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소주 두병과
맥주 세 캔 그리고 신림에서 사온 삼겹살이 증명해 줄 것 이고 아무튼 예신.태영엄니 너무 고맙수다.
아침을 김밥 두 줄과 라면으로 간단히 해결하고는 밖으로 나가서 예초기를 조립했는데 시동을 걸으니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런 썩을... 다시 사용설명서를 보니 연료밸브를 열어야 하는데 밸브를
열지않고 시동을 걸으니 걸릴 리가 만무하지.
데크에서 조립을 마친 예초기에 날은 안전나일론 끈을 설치했다.
예초기의 길이가 길으니 조립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시동을 걸고 레버를 고속으로 당기니 웽하고 날이
돌기 시작했다. 자 이제는 풀을 잡으러 가자.
석축 아래에는 온통 밀림이다.
여기는 완전 초원인데 예초기를 몇 시간이나 돌려야 끝내려는지...
일단 예초기를 울러 메고 밭으로 내려섰다.
예초기의 날이 나일론 줄 임에도 불구하고 잡초들은 잘 잘려서 옆으로 휘딱휘딱 자빠진다.
상쾌.통쾌.
얼굴에는 안전망을 쓰고 장화는 목이 짧은 장화를 신지않고 목이 긴 장화를 신었다.
얼굴에 안전망을 쓰고 있으니 복면을 한 무장강도같이 보인다.
순식간에 말끔하게 깍인 잡초들
잘려나간 잡초들이 널부러져 있다.
마당에서 밭으로 내려오는 길을 정리하고
10분간 휴식.
어깨에 맨 예초기가 무겁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데 예초기를 잡고있는 왼손에 힘이 들어가니 자꾸 땅바닥
을 긁게 된다. 이럴 때는 쉬라고 했으니 앉아서 쉰다.
이제 조금 밭같이 보인다.
야콘밭에서 야콘 하나 사망.
땅콩밭에서 땅콩 여러 개 사망.
소나무 묘목을 심었던 자리인데.....
고구마줄기 뒤로 소나무묘목이 보인다. 주인 잘못 만나서
내가 예초기를 돌리고 있으니 아래 밭에서 일을 하시던 전 주인 아저씨가 낫을 들고 오셔서 이쪽에 있는
잡초(피라고 하시던데..)는 소먹이로 베어 간다고 예초기로 자르지 말라고 하시더니 저렇게 깨끗하게
베어 놓았다.
이불삼아 덮었던 잡초를 베어 내니 불쌍한 소나무묘목이 보인다.
예초기로 잘라낸 옥수수.
나중에 옥수수 주위에 있는 풀을 베던 옆지기가 옥수수를 다섯 개를 잘랐다고 주의를 준다.
금년 봄에 심었던 매실나무 하나는 이렇게 예초기의 나일론 줄에 전사했다.
잠시 쉬는데 지주대에 잠자리가 앉아서 같이 쉬었다.
자두나무 주위와 옥수수밭.
앵두와 매실나무 주위도 깨끗하게 정리했고
밭둑에 있는 단풍나무와 옥수수밭의 샛길에 있던 무성한 잡초를 정리하니 속이 후련하다.
마지막으로 수로 옆에 있는 잡초를 제거하다가 그만 두릅나무를 베었다.
나일론 줄이 아닌 안전날로 작업을 하다가....
옆지기에게 잔소리를 왕창 들었다.
예초기의 안전커버에 붙어있는 잡초들의 잔해
예초기 안전날과 예초기 기어뭉치에 잘린 풀들이 달라붙어서 풀로 물이 들어있다.
예초기 날에 잘려나간 잡초들의 잔해가 안전커버에 보이고 정말 왼손이 수전증에 걸린 것 처럼 떨리는데
왼손에 힘을 줄 수가 없다.
힘은 들지만 잡초를 없애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시원하다.
예초기로 작업을 마치고 마당에서 내려다 본 옥수수밭이 이제서야 밭같이 보인다.
우측에 보이는 고구마,야콘,땅콩,고추밭은 말끔하고 소먹이로 쓴다고 전 주인 아저씨가 그냥 두라고
부탁했던 소나무 묘목밭에만 잡초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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