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계획은 점심을 먹고 계곡을 가서 발을 담그고 놀던지 아니면 운학리 마을(학산) 구경이나 하려고 했
는데 .... 눈에 보이는 일거리를 두고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서 결국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게 바로 시골병이다......시골병.
밭에 풀이 많이 자라지는 않았지만 미리 예초기로 풀을 자르면 다음에는 조금 편하겠다 싶어서 예초기에
휘발유를 보충하고 시동을 걸으니 한 번에 시동이 걸린다.역시 4행정이라 그런지 시동은 한 번에 o.k
옆지기는 우선 마당에 드문드문 나있는 풀을 뽑기로 하고 ...
완전무장을 하고 마당에서 풀을 뽑을 준비를 하고 석축과 마당의 경계에 있는 풀을 뽑아 나가고 있다.
삼태기에 뽑은 잡초가 가득 차면 나무에 퇴비를 주려고 만들어 놓은 퇴비장에 쏟아서 모아 두었다.
나무가 심겨져 있는 곳을 피해가면서 제초제를 뿌려주고 나무 주위로는 손으로 뽑아야 한다..
뒷 마당도 약을 치고
저녁 늦게까지 예초기로 풀을 베었다.
뜨거운 태양과 어깨를 누르는 예초기의 무게와 등에서 돌아가는 엔진의 소음과 휘발유가 타는 냄새....
안면보호구로 잘린 풀과 예초기 날에 부딪힌 돌은 튀고 땀은 주루룩 흘러서 눈으로 들어가고 엔진소리에
벌과 비슷하게 생긴 꽃등에는 주위를 날면서 신경이 쓰이게 한다.
풀이 깨끗하게 잘린 밭을 바라보니 다음 주에는 조금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석축 위로 나있던 풀들은 둘이 앉아서 노닥거리며 풀을 일일이 뽑아주었다.
키가 크고 커다란 잡초가 엄청난 뿌리를 드러내고 땅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뽑아낸 잡초로 꽃다발이라고 서로 주고 받고 ....둘이서 웃고 장난치고 이 때가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따로 힘들게 일을 하다 이렇게 같이 앉아서 일하며 이야기를 나누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석축 아래는 낫으로 풀을 베었고
석축 사이에 풀들도 손으로 뽑았다.
옥수수 사이로 나있는 길도 예초기로 깨끗이 밀었고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밭이 드디어 훤해졌다.
풀을 이렇게 베었으니 다음 주에는 연못가에 무너진 석축을 다시 보수하고 조금 쉬엄쉬엄 하려고 한다.
땀으로 곤죽이 되어있는 몸을 찬물로 씻고 저녁을 먹으며 교통방송을 들으니 영동고속도로가 많이 막힌
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늦게 출발하려고 한다.
저녁상이 차려졌는데 물로 배를 채워서 생각이 별로 없다.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서 먹으니 갑자기 밥을 비벼서 먹고 싶다.
큰 그릇에 밥을 쏟고 된장찌개를 듬뿍 넣고 고추장과 오이소박이에 있던 부추를 넣어서
이렇게 비벼서
뚝딱 해치웠다.
된장찌개도 말끔히 비웠고
옆지기도 물을 말아서 말끔히 비웠다.
식사끝.
저녁 아홉시 반이 되었다. 이제는 운학리를 떠나서 집으로 가야 한다.
언제쯤이나 쉬엄쉬엄 일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