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일요일 운학리로 오는 차 안에서 옆지기의 잔소리를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들었다.
어쩌구 저쩌구, 이러쿵 저러쿵.....
"언제부터 이야기를 했었는데..."
"도대체 왜 안해주는 건데..."
"돈을 주고 사람을 시켜서라도 해.."
"운학리에 오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
"하면 얼마나 편한 줄 모르니..."
"내가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짜증나 죽을 것 같아.."
거의 20분 동안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옆지기의 민원.
그래서 오늘은 옆지기의 숙원사업을 실행할 생각이다.
힘이 들어서 디지든 말든...-.-:;
아침은 간단하게 가래떡을 에어프라이어에 굽고 옥수수크림빵, 꽈베기, 찹쌀도너츠, 참외를 우유와 함께 먹었다.
몸을 쓰는 날이라서 많이 먹어야 한다.
오래된 숙원사업을 위해서 삽을 들었다.
일용직을 구하려고 해도 삽질을 하는 사람은 부르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그 힘든 일을 하는 날이다.
파쇄석이라서 삽질이 쉽지가 않다.
곡괭이로 굳은 땅을 내리 찍은 후에 삽으로 흙을 퍼올려야 한다는...-.-:;
오래된 옆지기의 숙원사업이란...
마당 수돗가에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정화조로 연결해달라는 것이었다.
원래 정화조로 연결되었던 수도라인이 막히는 바람에 정화조를 통하지 않고 밭으로 흘러내리도록 연결했었는데
수돗가에서 설거지라도 할 수 있도록 다시 정화조로 배관을 연결하라는 엄명이 있었다.
시골에서는 수돗가에서 사용하는 물은 정화조를 거치지 않고 그냥 배수로로 빠져나가도록 하던데 우리는 처음부터
정화조로 연결해서 사용했었는데 구배가 맞지않아서 흙이 배관으로 들어가면서 막히는 바람에 땅을 파다가
힘이 들어서 바로 배관을 밭으로 연결해서 사용했었다.
2022년 6월에 작업했던 수도배관.
땅을 깊게 파서 정화조로 연결되었던 배관을 들어내고
ㅋ... 마당으로 내려오고 싶어서 안달인 제리가 데크 난간을 붙잡고 일어서서 마당에서 벌어지는 일을 구경 중이다.
마당 수도와 연결된 하수 pe맨홀까지 길게 구배를 잡으면서 땅을 파놓고...
이제 하수 pe맨홀을 들어낸다.
코아드릴이 있으면 수돗가 벽을 쉽게 뚫을 수 있지만 없으니 그냥 햄머드릴에 콘크리트기리를 꼽아서
여기저기 구멍을 내고 망치로 깨서 부수려니 힘이 든다.
보쉬 gbh 2-26re는 치즐기능이 없는 기종이라서 gbh 2-26dre기종을 새로 구입할 수도 없으니....
조금씩 구멍이 넓어지는데...
빠루와 망치를 휘두르면서 구멍을 점점 더 넗히고 있다.
90mm pvc 배관이 들어갈 정도로 뚫어야 한다.
하수 pe맨홀까지는 배관이 연결되었고...
수평계를 사용해서 구배를 맞췄다.
수도에서 사용한 물이 하수 pe맨홀로 들어가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청고압호스를 사용하려니
서로 입구가 맞지를 않아서 아무래도 점심을 먹고 장수건재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도 정화조와 연결된 배관라인이 90mm에서 50mm로 줄어드는 100*50mm pvc 이경소켓을 사용했다.
정화조와 연결된 50mm 배관.
마당 수돗가 여기저기에 널부러진 공구들.....
몸을 쓰는 작업은 공구가 다 한다는 사실.
이경소켓만 있으면 점심을 먹기 전에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는데
점심을 먹으러 얼른 들어오라는 옆지기.
물을 흘려보내니 하수 pe맨홀에서 정화조로 쭉쭉 흘러나가니 구배는 적당히 맞는 모양이었다.
이제는 배관을 흙으로 덮어도 될 것 같아서 ....
하수 pe맨홀까지만 흙으로 덮고 오전 작업은 마무리했다.
수도에서 하수 pe맨홀로 유입되는 라인은 장수건재에서 이경소켓을 사다가 해야 될 것 같은데...
점심은 유니자장면.
제리는 삶은 계란을 점심으로 먹였다.
믹스커피 한잔 마시고 서둘러 차를 몰아서 장수건재로 달렸다.
이경소켓 각도별로 세 개를 사서 집으로 복귀....
보쉬 멀티커터로 이경소켓에 꼽을 pvc배관을 자르고 있다.
일명 만능커터로 불리우는 전동공구인데 그라인더보다 사용이 쉽고 안전하기 때문에 가끔 사용한다.
숙원사업의 마무리 작업을 하는 동안 옆지기는 제리를 마당에 내려놓았는데...
신나게 밭을 내달리고 있는 제리.
귀가 펄럭거릴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아빠! 뭐 해?"
"아빠는 엄마 때문에 뺑이치고 있지."
힘이 드는지 수돗가에 엎드려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제리.
이경소켓으로 연결한 배관을 꼽고 하수 pe맨홀과 입구를 맞추고 있다.
이경소켓과의 접선이 마무리된 걸 내려다보는 제리.
이제 실리콘을 이경소켓 연결부에 바르고 시멘트로 미장을 하면 일단 마무리가 된다.
더덕밭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냄새를 맡느라 바쁜 제리.
마당 수도에 스프링클러를 연결했더니...
쏟아지는 물줄기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뎀벼..."
"어라 물을 쏘네.."
"이래봬도 내가 무서운 놈이야.."
돌아가면서 물줄기를 토해내는 스프링클러를 따라서
같이 돌면서 기싸움을 벌인다.
물어버릴 듯이 달려들다가..
젖은 물기를 털어내느라 몸부림을 치는 제리.
"내가 졌다."
스프링클러 물줄기로 젖은 땅에 드러누워서...
스프링클러 물줄기를 몸으로 눌러서 막아버린다.
에라 모르겠다.
젖은 흙을 몸으로 밀고 다니는데...
아주 난리가 났다.
귀를 젖은 땅에 대고 문지르면서 미는데....
마지막 마무리.....
"엄마! 나 왔어요.."
젖은 흙이 잔뜩 묻은 몸을 이끌고 방충망 앞에 서서 옆지기가 들어오라고 하기를 학수고대 중이다.
ㅋ...옆지기가 제리 목욕을 시키려면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멘트 배합통에 레미탈 적당량을 넣고 물을 부어서 잘 섞은 후에...
이제는 미장을 하느라 바쁘다.
햄머드릴로 구멍을 뚫은 후에 망치와 빠루로 깨부셨던 콘크리트를 메꾸는 작업.
사용한 물이 빠져나가는 곳도 맨손으로 눌러가면서 빈 틈을 말끔히 메꾸었다.
몸을 쓰는 작업이라서 힘은 들었지만
옆지기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수돗가 정비사업을 마무리했으니 마음은 후련하다.
시멘트가 바짝 마른 후에 흙으로 보이는 pvc배관을 덮어야한다.
수돗가 바닥에 깔려고 장수건재에서 현무암판석 300*600mm 8장을 사왔는데 아깝다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자는 옆지기.
홍단풍 아래에 옮겨두었다.
일단 의자로 사용한다면서...
저녁에 먹을 닭백숙이 팔팔 끓고 있는 데크.
사용했던 공구들을 전부 창고에 넣고 잠시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다.
옆지기의 숙원사업을 처리하느라 너무 힘이 들었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저녁에 닭백숙을 먹는 제리가 식탁 위에 놓인 밥그릇을 기다리느라 목을 길게 빼고
밥상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닭을 두 마리 삶았는데....
오늘은 한 마리만 먹고 내일 찹쌀을 넣어서 백숙으로 먹을 계획이다.
내일 아침에는 삭신이 쑤실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