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가 곁을 떠난지 14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제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기척도 없이 다가와서 슬며시 내 궁둥이에 궁둥이를 붙이던 놈이었는데...
화장실 배변판 앞에서는 소변보는 걸 빨리 와서 보라고 짖고 간식을 주려고 하면 토끼처럼 펄쩍 뛰면서 냉장고로 달려가던 놈이었다.
그저께 아침에도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다가 제제가 사용하던 물건을 처리하려고 고무줄로 꽁꽁 묶어놓은 걸 보고는 울컥하던데 ...
요즘에는 옆지기와 저녁식사 후에 바로 집을 나서서 거의 9km를 걸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2014.5.17일(토요일)의 밀린 일기...
운학리로 향하는 날은 항상 즐거운 마음이었는데 15년을 함께했던 제제가 갑자기 떠난 후 ...
한 줌의 재로 변한 제제를 데리고 운학리로 향했다.
옆지기가 잠시 집으로 올라간 사이에 제제와 같이 돌아다니던 길을 눈으로 돌아보고....
2008년 12월에 모락산 현대아파트에서 여기로 이사를 왔으니 거의 5년 6개월을 여기에서 같이 지냈다.
작은 도자기에 한 줌의 재로 담긴 제제가 뒷좌석에 앉아서 운학리로 가는 길.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시름을 잊으려면 ...
오늘은 수도계량기함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할 생각이다.
또 뭘 해야 하나...휴..
묵묵히 차단봉에 걸린 줄을 열고 있는 옆지기.
제제가 입원한 지난 11일 이후로 불안하던 마음을 잊으려고 퇴근하고 매일 걸었다.
몸이 워낙 좋지 않아서 힘들고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마지막 희망을 기대했는데.... 수술 중에 제제는 그렇게 떠났다.
옮겨심은 곰보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
우울한 마음으로 보낼 수는 없으니 여기저기 둘러본다.
소나무에서 노란 송화가루가 날리고 있다.
소나무 아래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냄새를 맡고 다니던 놈이었는데...
뽕나무에는
오디가 달리기 시작했다.
작은 텃밭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먼지만 날리고 있다.
풀약을 뿌려서 풀이 누렇게 변한 밭.
두더지가 굴을 파면서 지나다닌 길이 많아서 밟으면 푹신거리던데....
자두나무에 달린 자두
매실나무에 달린 매실들
포모사 자두나무에도
자두가 많이 달렸고
앵두도 빨갛게 익어간다.
토종매실나무에 달린 매실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던 마로니에도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매실이 금년에는 정말 많이 달렸다.
군데군데 보이는 풀은 약을 뿌릴 생각이다.
쌈채소들이 아직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지는 않았다.
비가 내려야 쌈채소가 잘 자라는데...
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밭
제제를 떠나보내고 있는 옆지기.
제제야!
앞으로는 너를 만나러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올게...
아프지 않은 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
약을 치고...
옆지기는 전지가위를 들고 뒷길로 나서서 무성하게 자란 개나리와 쥐똥나무를 자르고 있다.
제제 떠난 후에 제일 마음이 아팠을 것을....
이제는 잊어야지...
오후에는 전지가위로 쥐똥나무를 정리하고
묵묵히 쇠뜨기를 뽑는다.
잘라낸 쥐똥나무.
무성하던 개나리도 정리하고
지저분하던 수도계량기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옆지기
커다란 돌을 뒤로 밀고 무성하게 자라는 산딸나무 줄기를 다듬어 잘라내고
주위로 석분을 깔았다.
돌을 옮기다가 옆지기 왼쪽 약지 손가락이 커다란 돌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서....
뼈가 상하지는 않았지만 퉁퉁 붓고 피멍이 들어서 고생한 옆지기.
그나마 떠난 제제가 보살핀 덕분에 이정도였다고 하던데....
부동전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오가며 계량기를 잠그고 다닐 생각에 계량기함 주변을 정리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제제야...
다음에 오면 너는 바람을 따라서 멀리 날아갔을 텐데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늦은 밤...
제제와 함께 보낸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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