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밭에서 일을 하다가 마무리를 시작한 시간이 오후 5시 40분 무렵이었다.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일을 했더니 손이 뻐근하고 허벅지는 근육이 뭉쳤는지 당긴다.
더덕 비닐멀칭을 조금 정리하면서 캔 더덕들
옆지기가 더 있을 거라기에 밭으로 내려가서 멀칭 위를 둘러 보았다.
종근으로 심은 더덕은 크기가 크고 씨앗을 뿌려서 거둔 더덕은 한 구멍에서 여러개가 같이 자라서 크기가 조금 작다.
잠시 밖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었더니 옆지기가 나와서 큰일이 났단다.
가장 중요한 먹거리인 목살을 사지 않고 그냥 왔다고 하는데...-.-:;
목살을 두툼하게 썰어달라고 해서 숯불에 맛있게 구워서 먹을 거라고 운학리로 달리는 동안에 둘이서 그렇게 이야기 했었는데....
차를 몰고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집에서 미리 준비해온 먹거리가 있어서 그냥 두었다.
데크에 자리를 잡고 숯불을 피웠다.
찌개도 없이 간단한 저녁상.
평소와 같았으면 순대국이나 얼큰한 찌개를 준비했겠지만 오늘은 그냥 찌개없이 먹기로 했다.
옆지기는 홍초에 자기가 마실 소주를 말아서 데크 난간에 올려놓았다.
목살을 깜빡 잊고 준비하지 못했지만 으리에게는 돼지고기 편육이 있다.
그리고 숯불에 구우면 고소하게 씹히는 소막창도 있으니 ...^^*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옆지기가 벌써 갈빗살을 올려서 굽고 있다.
ㅋ... 숯불에 두툼한 목살을 구워서 먹자고 운학리에 오는 동안에 몇 번을 이야기 했었는데 둘이서 모종을 사느라 까맣게 잊어먹었다.
둘이서 같이 잊었으니 너무 웃기더라는
옆지기가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갈빗살을 구워서 먹자고 미리 준비를 해서 왔으니 다행이었다.
떡과 같이 구워지는 갈빗살
소주 한잔 입에 털고 편육을 먹었다.
소막창도 대기 중
먹거리를 많이 준비했으면서 무슨 목살이냐고 하겠지만 목살도 먹을 생각이었다.
맛있게 구운 목살...^^*
힘들게 일하고 보상받는 시간이 있어서 즐겁다.
술을 덜 마시기로 했으니 딱 한 병만 마실 생각이었는데 남았더라는....^^
많이 마시려면 다 마시고 더 마시겠지만 요즘은 몸무게를 줄이느라 운동을 열심히 하는 중이라서 왠지 그냥 참게 된다.
숯불에 구운 양념 갈빗살이 맛있다.
갈빗살 두어 판을 굽고 이제는 불판에 소막창이 올라왔다.
오랫동안 구워야 질기지 않고 맛있는데..
뜨거운 숯불에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마지막으로 소막창을 한판 더 구워먹었는데 고소하고 맛있어서 마지막 잔의 안주로 두 조각을 남겼다가 술자리를 마쳤다.
설거지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미니오디오에 연결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세월호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우울하고 힘들었던 토요일 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식생활 개선으로 아침도 콘프로스트를 우유에 말아서 먹었다.
옆지기는 아침부터 무슨 콘프로스트냐고 하지만 내가 먹겠다는데 무슨 말씀...^^
일반 콘프로스트보다 맛은 없지만 칠곡이 들어있다니 먹을만하더라.
서둘러 떠날 준비를 마치고 마당으로 나섰다.
이른 아침 동쪽에서 오르는 햇살을 받는 조팝나무
2주 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지...
밭에는 토끼풀이 점점 세력을 넓히고 있다.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건 모두 토끼풀이 자라고 있는 지역이다.
무성한 돌단풍들
쌈채소들은 2주 후에 오면 먹을 만큼 자랐으려나?
ㅋ... 깨끗해서 보기는 좋다.
위로 솟은 엄나무는 키를 낮춰야 하는데 아래를 자르면 죽어버릴지 걱정이다.
소나무들도 솔순이 위로 자라기 시작했다.
단풍나무도 2주 후에는 잎이 활짝 필 것 같다.
석산 (꽃무릇)
보기좋게 자라는 반송
이른 아침 눈도 호강을 했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8시 40분에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꼬리를 흔들면서 반기는 제제를 목욕시킨 후에 털을 말리면서 발톱도 자르고 빨래도 세탁기에 넣어서 돌렸다.
깨끗하게 목욕하고 눈에 녹내장 안약을 넣은 제제가 커피를 마시면서 고구마를 먹고 있는데 고구마를 더 달라고 버티고 있다.
좋아하는 고구마를 주기 때문에 안약을 넣을 시간이면 지가 알아서 챙기고 있다.
잠시 후에 주방에서 뭔가를 두들기는 소리가 나기에 나왔더니
운학리에서 캔 더덕을 두들기고 있는 옆지기
벌써 많이 두들겨서 통에 담아놓았다.
두들긴 더덕을 통에 담으면서 양념을 바르고 있다.
며칠 있으면 밥상에 더덕구이가 올라오게 생겼다.
더덕구이가 식탁 위로 올라올 그날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