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이가 오십으로 넘어서면서 점점 느는 게 건망증이고 줄어드는 게 잔소리이다.
젊었을 때는 옆지기에게 잔소리도 꽤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옆지기가
무었을 하던 간에 그냥 지나치고는 한다.
신고 다니는 구두며 양복이며 평상복이던 간에 잘 입지도 않으면서 옷장과 신발장에 가득히 두고 버리지 못하게 했었는데
요즘은 옆지기가 무었을 내다 버려도 나만 내다 버리지 않으면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따리에 하나 가득 담아서 재활용
품 모으는 곳에 내다 버려도 그냥 두고 있다.
예전에는 물어보기라도 했었는데 요즘은 만만하게 보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아침 출근하는 길에 가끔 그게 뭐였더라? 하면서 생각이 날듯 말듯 엄청 성가신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럴 경우에 머리에
서 쥐가 난다.
그럴 경우에는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머릿속에 굴리면서 생각을 하면 가끔은 번개처럼 그것이 생각나기도 하는
데 그래도 생각나지 않을 때는 출근하면 확인해야지 하면서 사무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번개같이 생각이 나고
는 한다.
연식이 오래되다 보니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머리를 안 쓰고 그냥 대충 지내고 있었더니 꼴난 기억력이 이제는 바닥을
기고 있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의왕에 있는 갈빗집 천둥소리 건너편 도로에 주차된 차를 옆지기가 신기하다는 듯이 가지고 다니던
디카로 찍으면서 웃는 모습을 보고 연식이 오래된 이놈도 도로를 달리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뒤로 검은 연기도 뿡뿡 끼면서 달리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놈도 기억력이 떨어져서 가는 길을 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퇴근 길이었다.
내일은 운학리에 가는 날이라고 옆지기는 저녁에 먹을 술안줏거리로 닭볶음탕을 준비하고 점심으로 먹을 닭죽도 만드느라
주방에서 아주 바쁜데 제제는 그 틈을 노리고 닭죽을 만드느라 삶은 닭을 쭉쭉 찢고 있는 옆지기 엉덩이를 뒤에서 벅벅 긁
으면서 달라고 들이대고 있다.
내일은 할 일이 정말 많은데 일요일 아침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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