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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쥐 제제

낮잠을 즐기는 놈

by 또랑. 2011. 3. 21.

일요일 오전에는 황사 때문에 흙비가 내리고 오후에는 잠시 해가 드는데...

 

옆지기는 제제 목욕을 시키느라 바쁘고... 목욕을 마친 제제 털을 말리느라 드라이기를 들고 옆지기를 돕느라 열나게 위, 아래로 흔들었다.

 

목욕을 마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돌아다녀야 할 놈이 너무 조용하기에 컴퓨터가 있는 안방베란다에서 거실을 들여다보았더니 목욕을 마

 

친 제제는 털을 뽀송뽀송하게 말리고는 내리쬐는 해를 받으면서 거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귀가 잘 안들리니 퇴근하고 들어오면 예전처럼 꼬리를 마구 흔들면서 반갑다고 뛰어나오지 않아서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지만

 

1999년 12월 31일에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생활한 게 벌써 햇수로는 13년이고 실제로는 11년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사람으로 따지면 노인이나 다름이 없으니 모두 나가고 혼자 있을 때는 잠만 자고 쉬는 날 우리들이 예쁘다고 만지면서 귀찮게 하면 거실로 슬

 

슬 걸어나가서 혼자 쉬곤 한다.

  

 

안방베란다에서 베란다 창 너머로 보이는 제제

 

 

다리를 앞으로 쭈욱 뻗어서 편안한 자세로 잠을 청하고 있기에

 

 

안방베란다 창을 살며시 열고 디카로 찍었더니 이놈이 눈을 번쩍 뜨고는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귀를 쫑긋세우고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쳐다본다.

 

 

거실로 나와서 보니

 

 

곤히 자는 잠을 깨웠다고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달려와 짖을 기세로 빤히 바라보고 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 길.

 

오늘 새벽에 제제가 잠꼬대를 어찌나 심하게 하던지 옆지기가 잠에서 깰 정도였다는데 나는 그런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잠만 자고 있더라

 

며 툴툴거리던 옆지기는 조수석에 앉아서 연방 하품을 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는 항상 fm95.9 mbc뉴스를 들으며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황정민의 fm대행진을 들으며 출근했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쿨의 노래 <운명>이 신나게 흘러나오기에 볼륨을 조금 더 높였더니 옆지기는 흥이 났는지 어깨를 들썩이고 엉덩이도 씰룩

 

쌜룩 흔들고 손으로 찌르고 휘젓고 아주 난리가 났다.

 

 

어느날 우연히 그 사람 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지.
그 토록 애가 타게 찾아 헤맨 나의 이상형...
(one, two. three, four)

왜 하필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나게 된거야.(야~)
그 토록 애타게 찾아 헤맬 때는 없더니(어디서 무얼 했어)

..........



아침 출근길에 전쟁, 지진과 같은 어두운 소식을 듣는 것보다는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흥이 나는 노래가 아주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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