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는 "자꾸 심지만 말고 뭔가를 잘 거둘 수 있게 좀 해" 라고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데 잡초를 뽑으
면서 들여다 보니 밭에 있는 작물들은 뭔가 열매를 달기 위해서 꽃이 피어있다.
영월에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가면서 드는 돈으로 채소나 과일을 사서 먹으면 배가 터지게 먹을건데 뭐하
러 그 짖을 하냐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어설프게 농사를 지으니 뭔가를 수확하지 못해도 지나는 과정이
마냥 재미있고 즐겁기만 하다.물론 무었인가를 수확한다면 더 즐겁고 재미있겠지만 지금은 만족한다.
우선 방울토마토에는 노란 꽃이 피었다. 곁순을 전부 따 주고 지주대를 세우고 유인줄을 묶어 주었다.
방울토마토의 노란 꽃은 이리도 예쁘다.
앙증맞게 방울이도 달렸다.
밭에서 제일 잘 크는 감자도 줄기에 뭔가 하얀게 보이는데
감자 꽃이 활짝 피었는데 아주머니가 감자농사가 잘 되었다고 하신다.
감자 꽃이 이리 예쁜지는 오늘 알았다.예전에는 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감자를 캤는데 어찌 이런 일이
오이도 커다란 잎사귀 밑으로 노란 꽃이 보이고
꽃도 피었으니 오이가 달리려는지.
덩굴망을 신림에서 사왔는데 둘이서 한참 헤매다가 이렇게 오이가 타고 올라갈 망을 만들었다.
오이망을 만들었는데 뭔가 좀 허접하고 부족한 느낌이... 오이줄기가 유인망을 타고 올라가면 무게에 못
이겨서 내려 앉을것만 같다. 다시 튼튼하게 보수해 줘야 될 것 같다.
뒤에 보이는 옆지기는 밭에 있는 돌을 골라낸다고 마대자루를 들고 있다.
위에 보이는 밭은 흙을 받아서 석축을 쌓은 뒤로는 온통 돌밭이 되어버렸다.
더덕은 꽃이 언제 피나. 꽃도 예쁘고 향기도 그리 좋다고 하던데
전 주인이신 노부부는 작년에 더덕을 다 캐서 먹었는데 씨가 떨어져서 더덕이 이렇게 많이 나왔나 하셔
서 우리가 더덕 종근 1년생을 작년 가을에 심었다고 했더니 그럼 그렇지 하신다.
가지도 꽃이 피어야 열매가 열리나?
늦은 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곤드레밥 식당에서 가지나물을 먹던 옆지기가 가지가 이렇게 맛이 있었
냐고 묻는다. 맛있지 맛있어 ......
주둥이가 넓은 그릇에 밥 한그릇과 가지나물,고추장을 넣고 구수한 된장찌개를 넣고 쓱쓱 비벼서 참기름
을 한 방울 똑 떨어트려서 먹으면 맛이야 끝내 주지.
밭에 심어놓은 땅콩을 보고는 아저씨께서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데...." 하신다.
하지만 실험정신에 투철한 우리는 땅콩을 그냥 심었다. 쭉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모종판에 키운 뒤에 옮겨 심었던 대학찰옥수수는 몸살을 하는지 조금 더디게 크고있다.
잘 자라줘야 한 여름에 우리들 입을 즐겁게 해 줄텐데
호박고구마는 이제야 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고구마가 달릴까.
야콘도 잘 크고 있고 밭 고랑에는 내가 손으로 뜯어낸 잡초들이 보인다.
매실은 점점 알이 커지고
이렇게 크게 보면 꼭 복숭아같이 생겼다.
제법 많이 달렸다.
토종매실나무는 이렇게 무성한 가지를 전지한다고 완전히 삭발을 해 놓았다.
고추도 꽃이 피어야 고추가 달리나?
이 나무는 호두나무인지 모과나무인지 모름.
척박한 땅이 갈라지면서 뭔가가 보인다.
이렇게 파란 싹이 올라오고
잎이 펴지면서 키가 큰 빨간 칸나로 변신할 것이다..
오늘은 밭 고랑에 잡초를 뽑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유실수들 전지하고 밭둑에 제초제 뿌리고
밭에 돌고르고 ... 삭신은 쑤시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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