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운학리에 밭을 구입한 게 4년 전인 2003년 6월이었다.
옆지기와 전원생활을 꿈꾸다 땅 구경하러 무작정 신림으로 향했고 전*공인중개사에서 제천이나 운학리
에 있는 땅을 구경하자고 했었는데 처음으로 구경하러 간 땅이 운학리 지금의 그 땅이었다.
옆지기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바로 계약금을 걸고 일주일 뒤에 중도금 없이 바로 잔금을 지불하고 등기
를 넘겨 받았었다. 나중에 보니 전*공인중개에서 일하는 중개사도 아닌 브로커 비슷한 김윤*라는 영감이
몇백만 원은 챙기고 정작 밭 주인인 노부부는 매매가격보다 몇백만 원을 덜 받고 ... 뭐라고 하나 인정비
라고 하던데..... 시골에 있는 부동산업자들은 대부분 이런식으로 돈을 번다고 한다.
밭 주인은 얼마에 부동산에 내 놓고 팔기는 부동산에서 더 받고 팔아먹고 그 차액은 부동산에서 챙기는
그런 수법이었다. 씨~블 놈들....
땅을 구입하고 작년까지는 노부부가 사용하셨는데 금년에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서 집을 앉히다 보니
우리가 사용하게 되었는데 밭 농사를 시작해 보니 주말에만 와서 하는 농사...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전 주인이신 노부부가 우리 밭의 아래에 있는 밭에서 이랑을 만들고 계신다.
서리태를 심으신다고 아저씨는 농기구로 이랑을 만들고 아주머니는 콩을 심고 있다.
운학1리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고 소문이 나신 분들이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정말 쉴 틈도없이 일을 하시고 계신다.
항상 운학리에 갈 때면 뭔가를 사서 가고는 했는데 농번기에는 가도 만날 수가 없어서 오늘은 신림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우리가 먹을 닭을 한마리 사서 왔는데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이거 참 낭패다. 두 분이 집에 계신줄 알았으면 두 마리를 사오는 건데....
더운데 일하신다고 옆지기가 집에서 얼려 온 복분자 쥬스를 가지고 밭으로 내려가더니 두 분께 쥬스를
드리고 뭔가 얘기를 나누고 나도 아저씨에게 고추 순 따는 것을 물어보고는 밭으로 올라왔는데 옆지기가
"닭 한마리로 같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그래 찹쌀도 있으니 닭죽이나 해서 같이 먹자"
그래서 옆지기는 집으로 올라가서는 부랴부랴 닭을 씻고 팔팔 끓여서 닭죽을 준비하고 나는 고랑에 잔뜩
나 있는 잡초를 양손으로 뜯고... 반팔 티셔츠를 입고 일을 했더니 땡볕에 팔뚝은 벌겋게 타고...
정오가 조금 지나서 옆지기가 빨리 오라고 해서 두 분과 같이 막걸리에 닭죽을 깨끗이 비우고는 두 분은
집으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아직도 해는 내리쬐는데 멀리서 두 분이 송아지를 끌고 아까 일을 하셨던 아래 밭으로 나오셨다.
아주머니는 송아지를 앞에서 끌고 아저씨는 뒤에서 쟁기질을 하면서 뒤를 따라 가신다.
송아지와 밭 고랑을 다 만드시고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저녁밥 먹으러 집으로 오라며 가신다.
우리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아서 일을 하느라 저녁을 먹으러 가지는 못했다.
늦은 밤 집으로 오는 길에 아주머니 집에 들러서 된장을 얻어가느라 옆지기가 비닐을 벌리고 된장을 담
고 있다. 아주머니께서는 "다음에 올 때 맛있는거 사와" 아무튼 대단하신 분들이다.
옆지기가 좋아하는 산촌곤드레밥에서
청국장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는 뻥 뚤린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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