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털이 나고 산의 정상까지 오르기는 81년에 속리산, 98년에는 관악산, 2000년에는 강화
마니산이었으니 그 동안에 숱하게 유명한 산을 다녀보았지만 산의 언저리에서 그저 냄새만 맡다가
다시 돌아오고는 하였는데 지난번 치악산 상원사를 힘들게 다녀온 뒤로는 분기탱천하여 어디에 올라
갈 산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서식지의 뒷 동산인 모락산이 떠 올랐다.
서울에서 이 곳으로 서식지를 옮긴지 4년이나 되었는데 거실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뒷 동산을 그냥 바라
보고 가 보지 않았다는 게 우습기도 해서 이번 일요일에는 옆지기랑 가 보자고 의기투합하여 호흡조절을
하던 중에 구경삼아 가 보았던 등산용품점에서 구입한 등산화도 모락산에 올라가라고 한몫 거들었다.
옆지기 발싸개 240 size 와 내 발싸개 260 size.
이 놈들의 착화식을 위해서도 모락산에 올라야 한다.
옆지기는 지난 봄에 등산화를 샀는데 불편해서 또 나는 등산화를 구입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깨끗한데
이 놈이 구식이라서 한쪽 무게가 거의 돼지고기 한근 반을 달고 다닐 정도로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고
양쪽이면 무려 돼지고기 세근을 지구의 중력을 이겨가면서 산으로 끌고 올라가야하니 잘못하면 사람
잡겠다 싶어서 이번에 동시패션으로 신발을 갈아신었다.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은 어둡고 일기예보에는 비가 온단다.
그래 비가 오면 어때 비를 맞으며 오르는 우중산행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냥 오르기로 하였다.
딸래미는 중간고사가 끝나서 평촌으로 영화를 보러 간다며 지엄마가 어제 사온 옷이 너무 원색이라
마음에 드니 안 드니 하더니 청바지에 지 엄마가 사온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홀랑 나가버린다.
옆지기랑 둘이 침대에 누워서 갈래 안 갈래를 거듭하다가 대충 씻고 9시 30분경에 집을 나섰다.
모락산을 오른지 20분만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 세식구의 서식지 베란다가 보이고 멀리 수리산의
정상이 보인다.
등산로에는 낙엽이 뒹굴고 돌이 없어서 산을 오르기가 편하다.
치악산에서는 돌 때문에 내려오는 길이 힘들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는데
오늘의 등산 복장.(나와 옆지기의 발싸개)
상수리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
서식지와 산본 그리고 수리산이 보인다.
올려다보이는 모락산 정상.
아이고 저기를 또 언제 올라가려나.
오르락 내리락 소나무숲을 지나고
잣나무 숲을 지나면
정상으로 오르는 공포의 나무계단이 보인다.
이곳만 지나면 정상인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오르고 또 오르고 끝은 안보이고 숨이 턱밑에 찬다.
옆지기는 힘이 안드는지 입가에는 항상 웃음이 퍼지고
올라오는 계단이 꾸불꾸불 끝이 어딘지.
다리가 천근만근일 때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촌과 안양방향
모락산 정상의 국기게양대에 옆지기가 동상처럼 비스듬이 서 있다.
모락산정상 385미터.
가파르지 않고 구불구불한 길로 한 시간 정도 올라왔다.
국기게양대에서
산의 정상에 올라오니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들은 생각나지 않는다.
정상 부근의 바위에서
하산 길에 바라 본 정상의 국기게양대
정상 부근의 주막집.
막걸리 한 잔에 2,000냥이고 안주는 마른 멸치와 고추절임, 풋고추 등등
털보같은 주인장에게 막걸리 한 잔을 청해서 옆지기와 반씩 벌컥벌컥 들이키니 뭉친 다리근육이 확
풀리면서 기분이 up 된다.
막걸리 들이키고 마른 멸치를 된장에 푹 찍어서 ..
하산길에 바라본 내손동에는 외곽순환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산 중턱에는 단풍이 제법 들었고
사인암에서 옆지기는 자연스런 v자 모습인데
모락산 전망대
우측부터 백운산, 바라산, 국사봉 모습들
소나무가 우거진 명상의 숲
계원예술전문대로 가는 하산 길에는 누군가가 텃밭을 일구고 있다.
고추,토란 배추 등등
김장배추가 제법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계원예전 돌담길을 지나서 계원예전으로 들어선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정문을 지났다.
계원예전 입구에 서있는 조형물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하던데 비를 맞으며 우중 산행을 하는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자 이제는 하산주를 마시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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