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새벽에는 유난스럽게 이불 밖으로 내놓은 팔목이 시릴 정도로 바깥 날씨가 차갑다.

 

겨울이면 전기온돌판넬 1.2라인 가운데 주방 방향인 1라인을 켜고 2라인에는 대형 전기장판을 켜고 잤는데 1라인을

 

켜지 않고 그냥 자서 그런지 이불 밖은 위험하다.

 

5시가 지나서 팬히터를 켜면서 확인했더니 팬히터에 달린 온도기에 실내온도가 9도로 나온다.

 

 설정온도를 20도로 맞춰서 전원을 눌렀더니 금방 데워지는 실내온도.

 

오늘 아침은 라면 하나를 반타작해서 먹었다.

 

새벽에 치즈냥이가 와서 급식소에 버티고 있던데 환할 무렵에 다시 cc-tv를 확인했더니 사라지고 없었다.

 

먹을 복이 없는 놈이던가 아니면 내가 게으른 놈이던가 둘 중에 하나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갔을 터인데 아직은 밖이 어둡고 추워서 그냥 방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아침을 먹고 잠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쉬고 있었는데 창 밖을 내다보면 옆지기가 깜작 놀라면서 

 

"어머 ... 도망가지마.."

 

"왜 그래.."

 

"삼색이가 창문 바로 앞에 앉아서 보고 있어.."

 

같이 오던 검댕이가 보이지 않는다.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아 보이던 검댕이는 cc-tv에도 잡히지 않아서 은근히 걱정이었는데 역시나 삼색이만 왔다.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서 줬더니 금방 급식소로 뛰어올라서 사료를 먹는 삼색이.

 

배가 고팠는지 밥그릇을 싹 비우고 사라졌다.

 

영하의 날씨로 기온이 떨어졌지만 방풍나물은 아직도 건재하게 파릇한 색을 뽐내고 있다.

 

맥문동 씨앗을 심은 구덩이에 꼽은 작대기 하나.

 

칸나 잎사귀는 영하의 날씨로 인해서 바싹 얼어버렸다.

 

머위로 사그러들어서 따듯한 봄을 기다리는 입장이고....

 

어라! 이렇게 숨어서 웅크리고 있는 놈은 다리가 불편한 검댕이가 분명하다.

 

예전에는 보이기만 해도 도망가던 놈이 이제는 느긋하게 기다리는데...

 

급식소 주변 원추리도 긴 겨울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쌀쌀한 아침이라서 몸이 썰렁하다.

 

작은 텃밭에는 낙엽이 깔려서 누렇게 변했다.

 

ㅋ... 쌓아둔 나뭇가지 옆에서 눈치를 살피는 검댕이.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잘 먹어서인지 제법 살이 붙은 검댕이.

 

ㅋ... 지난번 왔을 때 모르고 밭에 그냥 두고 간 낫이 두배부추밭에 보인다.

 

일을 하다가 그냥 두고 철수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렇게 찾으면 다행이다.

 

낙엽과 솔잎이 떨어진 무스카리밭.

 

한 뼘도 되지 않던 화살나무가 이렇게 자랐으니 나무는 정말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씨앗이 달린 눈개승마.

 

단풍이 드는 남천.

 

참죽나무.

 

아래밭에서 자라는 소나무들...

 

위에서부터 정리하면서 내려오는 나무 무덤들...

 

내념 봄이면 밭 가장자리에 쌓인 나무무덤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마로니에 나무와 바닥에 쌓인 낙엽.

 

쌓아놓은 나무 주변과 아래로 자라는 맥문동.

 

여기에 불을 지르면 쌓아둔 나뭇가지들을 금방 태울 건데...

 

줄기를 자른 작약.

 

취나물밭

 

여기는 참나물밭.

 

어린 참나물이 이렇게 많이 올라오고 있다.

 

내념 봄에는 얼마나 자랄지 궁금하다.

 

소나무와 구상나무가 버티고 선 진입로.

 

밭과 마당을 소나무가 둘러싼 형세이다.

 

다리가 불편한 검댕이가 머리를 박고 사료를 먹는 모습.

 

가까이 다가가도 먹는 것에 집중하는 검댕이.

 

오늘도 화덕에 불을 지핀다.

 

소나무를 태우니 송진이 타서 검은 연기가 화덕 밖으로 올라간다.

 

잔가지는 쌓아놓기가 무섭게 금방 재로 변한다.

 

꽃무릇(석산) 구근.

 

열심히 화덕 안으로 나뭇가지를 밀어넣는다.

 

쌓아둔 나뭇가지를 화덕 안으로 밀어넣고 잠시 일을 하다가 돌아오면 금방 재로 변할 정도 빨리 타버린다. 

 

잘라놓은 굵은 나뭇가지를 외발수레로 옮기는 옆지기.

 

"어이! 자연인이 따로 없네."

 

한 무더기를 더 가져다 놓고 ...

 

검댕이가 사라졌다.

 

먹는 속도도 빠르지만 사료를 먹고나면 지체하지 않고 사라진다.

 

점심은 찐빵에 사과와 단감.

 

꿀고구마가 요즘 집에서는 주식이다.

 

조금 있으니 치즈냥이가 와서 밥그릇을 핥고 있다.

 

얼른 사료를 부어주고...

 

치즈냥이는 두 마리가 오고 가는데 둘 가운데 아마도 대장냥이가 한 마리 있다.

 

오늘 새벽에 왔던 치즈냥이가 대장냥이 같았다.

 

지난번 치즈냥이가 급식소에 버티고 있으니 검댕이도 슬슬 피해가는 모습을 보고 서열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검댕이가 급식소 주변에 나타나자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소리를 내던 치즈냥이.

 

생김새도 완전 깡패같이 생겼더라는...

 

수도계량기함에 보온조치를 하러 갔던 옆지기가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와서 내게 같이 가서 보잔다.

 

수도계량기함에 개미들이 난리도 아니라기에 양은솥에서 펄펄 끓는 물응 가져다 부으라고 했더니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서 마당을 빠른 속도로 걸어간다.

 

수도계량기를 보호하는 스티로폴 박스에 개미가 집을 지어서 난리도 아니었고 바닥에도 작은 개미가 바글바글...-.-:;

 

뜨거운 물을 두어 바가지 가져다붓고 붕산도 바닥에 뿌린 후에 마무리한다.

 

오후에는 비소식도 있어서 하늘이 점점 흐려진다.

 

오후에 이불장을 배송할 트럭이 마당으로 들어서려면 나뭇가지에 걸릴 것 같은데...

 

뒷길...

 

차에 부동액도 보충하고 예초기를 꺼내서 구리스도 바르고 연료와 엔진오일도 싹 비웠다.

 

외발수레에 실어서 마당으로 가지고 올라온 굵은 나뭇가지들을 진입로 옆에 쌓아놓았다.

 

뒷집에서 불을 피울 때 사용하라고 했는데...

 

치즈냥이는 사료를 먹느라 주변으로 사람이 다녀도 주저함이 없이 느긋하다.

 

데크에서 돌아다니는 제리.

 

눈으로 말한다.

 

"나도 마당에 내려가고 싶은데.."

 

붓꽃 씨방을 잘라서 씨앗을 채취한다.

 

이불장 배송기사가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갑바를 씌운 차량이라서 차량 상부에 소나무 줄기가 닿아서 부러졌다.

 

두꺼운 소나무 줄기가 부러졌지만 차량은 멀쩡하더라는...

 

이불장 설치가 끝나면 얼른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니 데크 주변이 지저분하다.

 

오늘이 금년 운학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서 사진도 많이 담았다.

 

양은솥을 덮고 가려니 뜨거운 물이 끓고 있던 뚜껑을 열어두었다.

 

비가 내려서 끄거운 열기가 금방 식겠지만...

 

부동전도 보온재로 감아두었지만 보온재로 감지 않아도 얼지 않으니 상관은 없다.

 

오늘 월동준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내년 3월이나 되어야 오게 될 운학리 풍경.

 

비가 내리고 있어서 급식소도 얼른 청소하고 마무리했다.

 

태양광 가랜드 전구로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도 끊고...

 

분리수거할 플라스틱, 캔, 비닐도 따로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아서 차에 실었다.

 

차단기함을 열어서 차단기도 내리고, 전기온수기도 온수통을 싹 비우고, 양변기도 물을 비우고 변기통과 물통에 굵은 

 

소금 한 주먹을 넣고 마무리 한다.

 

가스통을 잠그고 마지막으로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상태에서 외부에서 부동전 두 곳을 잠갔다.

 

창고와 현관문을 잠그고 오후 4시에 운학리를 떠난다.

 

어제 갑자기 운학리로 출발하면서 제리가 먹을 사료를 챙기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오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원래 이틀을 보내고 금요일 아침에 느긋하게 월동준비를 마치고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

 

"어떻게 길냥이 밥을 챙기면서 제리 밥을 안 챙겨서 올 수가 있냐."는 옆지기의 타박이 밥을 가져오지 않은 걸 안 목요일

 

아침부터 집으로 출발할 때까지 이어졌다.  

 

수요일 저녁은 집에서 먹고 출발했으니 사료를 가지고 오지 않은 건 목요일 아침을 줄 때서야 알았으니...

 

신림ic로 오르기 전에 잠시 콧바람을 쐬는 제리.

 

사료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오늘 아침은 마침 계란이 냉장고에 있어서 식용유를 두르지 않고 프라이를 만들어서

 

삶은 양배추와 먹였다.

 

비가 내리는 오후...

 

하늘이 점점 어두워진다.

 

막히는 용인 부근에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로 올라서서 동탄 - 북오산 -서오산 -봉담을 지나서 집으로 달렸다.

 

용인에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를 타기는 처음이지만 막히는 영동고속도로를 피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네비게이션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로 들어선다는 음성이 들리면 뒷좌석으로 가서 간식을 달라는 습관이 있어서

 

오는 길에 제2순환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들고 나고 하는 바람에 간식을 달라고 여러 번 보채는 제리.

 

6시 38분 집에 도착했다. 

 

이제 내년에 다시 시작할 운학리 어설픈 주말농사 일기는 오늘이 금년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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