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도착한 운학리...

 

이상하게도 오히려 좋으네.

 

항상 바쁘게, 빨리를 추구하면서 달려온 인생인데 조금 늦으면 어떠리...

 

어라! 늦게 출발하니 더 편하네....

 

조급하지 않으니 늘어지는 마음이라서 평소보다 주고 받는 이야기는 한층 더 많았었다.

 

그렇게 도착한 운학리에서 울긋불긋 단풍을 구경하느라 홀로 마당과 밭을 디비고 다니다가 눈에 띄는 길냥이.

 

얼른 사료와 물을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든다. 

 

그 놈은 앞 발 하나가 잘려서 ....

 

얼른 소고기 육포와 사료를 차려서 마당 수돗가 바위에 올려두었는데....

 

차린 정성도 모른채 사라져버렸다.

 

분명히 소고기육포를 가위로 자르고 있을 때 밭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잘 차려놓은 밥상에 삼색냥이가 다가와서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니...

 

에휴~~ 발이 잘린 턱시도냥이가 아니라서 서운했다.

 

그래! 배불리 먹고 가거라...

 

그렇게 삼색냥이를 보내고는 마당에 깔린 낙엽을 쓸다가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크기가 거의 축구공 크기이던데...

 

말벌집?

 

그런데 말벌이 없는 것 같았다.

 

"나무를 잘라 봐"

 

"내가?"

 

"왜?"

 

"말벌도 없어."

 

"내년에 다시 오지 않을까?"

 

"..."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커다란 말벌집을 지었는지...

 

운학리에 다니면서 말벌이 저렇게 커다란 집을 지은 줄도 모르고 다녔는데...

 

"아! 저 걸 어떻게 하지..때려부실 수도 없고..."

 

"그냥 가마솥을 비싸게 판다고 할까?"

 

새로 산 소화기는 거치대가 없으니 돼지꼬리를 보관하던 거치대를 털어서 새로 만든다.

 

제리는 마당에 나가고 싶어서 안절부절이다.

 

소화기가 안에는 들어가는데 외부에 뭔가를 고정해야 한다.

 

곁을 스쳐서 지나가는 검은 턱시도 냥이 한 마리.

 

턱시도 냥이가 사료를 먹으러 수돗가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놈은 다리가 멀쩡하다.

 

옆지기가 데크로 나올 때 제리가 튀어나와서 짖는 바람에 이놈은 홀랑 도망가버리고...

  

조금 있으니 나타난 턱시도 냥이...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갑자기 나타났는데...

 

너무 허겁지겁 사료를 먹느라 주변 경계도 하지 않는다.

 

코 아래에 점이 있는 놈인데 ...

 

이놈이 기다리던 놈이었다.

 

마당에 낙엽을 쓸면서 보니 뒷길 무덤 주변을 맴돌면서 다니기에...

 

"야옹아.. 나비야.." 라고 부르니 언덕에서 내려다 보기에 

 

"일루와  밥 먹자.." 라고 했었다.

 

얼른 캔 하나를 따서 다가갔더니 홀랑 도망가버린다.

 

멀리 밭 가장자리까지 달아났다가 다시 나타났다.

 

수북하게 채워진 밥그릇에 얼굴을 들이밀고 먹느라...

 

경계심이 강한 놈인데 너무 급하게 먹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안에 있던 소화기는 밖으로 ...

 

대충 오후를 마무리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가 쏟아진다.

 

수돗가에 차려둔 밥그릇과 물그릇을 얼른 의자 아래로 옮뎌두었다.

 

방에 들어와서 봤더니 하얀색 얼룩냥이가 의자 아래에 얼굴을 들이밀고 사료를 먹는다.

 

오늘 저녁은 샤브샤브.

 

ㅋ... 샤브용 고기를 얼마나 가지고 가야 하는지 운학리로 떠나기 전에 상의를 했었는데...

 

정확히 538g을 가지고 왔다.

 

버섯과 숙주 , 청경채를 많이 넣어서 샤브용 고기는 남았다는...

 

먹는 양이 작아서 남는다.

 

자기도 좀 달라는 눈치인데...

 

ㅋ... 위로 째려보는 눈초리.

 

팬히터 앞에 엎드려서 찜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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