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술 마시기 좋은 날.
바람도 약간 불고 비가 내릴 것 같은 ...
그래서 날벌레도 없을 것 같은 저녁.
일하기에도 적당한 날이었다.
마당까지 길게 뻗은 매실나무는 늘어져서 좋았고
진드기 두 마리를 배출한 제리는 느긋하게 상석에 앉아서 저녁상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아무것도 없다.
간단하게 밭에서 막 딴 풋고추와 파채, 김치, 고추와 마늘, 일당귀와 고추 장아찌가 반찬의 전부였다.
불판을 내려다보고 있는 제리
오늘은 등심과 삼겹살을 준비했다.
등심 두 덩이와 삼겹 한 덩이를 불판에 올렸다.
뚝딱 먹어치운 후에...
다시 등심을 두 덩이를 올렸다.
ㅋㅋ... 제리가 즐기는 시간이 돌아왔다.
옆지기 무릎에 얼굴을 깊숙하게 묻고
옆지기 젓가락을 따라서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다시 삼겹 네 덩이를 올리고 굵은 안데스 소금을 뿌려서 구웠다.
"우리 제리... 우쭈쭈~ 우쭈쭈~~"
사랑스러운 .....
우리 집으로 오기 전에 제리를 처음 키우던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 사랑이었다고 한다.
우리 집으로 오면서 이름을 제리라고 했지만 첫 번째 이름처럼 정말 사랑스러운 놈이다.
와~우~~~
드디어 갈망하고 갈망하던 비가 쏟아진다.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며 잎사귀에 닿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수돗가도 쏟아지는 빗물에 젖기 시작한다.
저녁을 5시 20분에 시작했더니 마치는 시간도 7시 10분.
밖에 내놓았던 먹거리와 빈 접시를 안으로 들이고...
옆지기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 우두커니 앉아서 비내리는 풍경과 빗소리를 들으면 음악에 젖는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2007년 여름이 생각난다.
대지전용 후 이동식 주택과 창고만 덩그라니 있었던 풍경에서
지금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서 이렇게 울창한 숲으로 변했으니
비가 내리니 날벌레는 없지만 모기는 날아든다.
모기향을 피우고 향을 느낀다.
한가로운 저녁 7시 30분....^^*
쌍화차를 가지고 나온 옆지기....
비 내리는 저녁에는 쌍화차가 어울리는 나이란다.
비가 내려서 좋은 밤이다.
쌍화차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내는 시간....
구룡산을 따라서 오르는 운무가 보인다.
빗물이 떨어지는 모습....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에 빗소리에 잠시 깨었다가 다시 .....
눈을 뜨니 새벽 5시.
아직도 비는 내리고 있다.
서둘러서 짐을 챙겨서 운학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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