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이 가까우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운학리에 와서 비가 내리던 날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많지는 않았지만 비가 내리는 밤에 데크에 앉아서 술 한잔 마시면서 노는 게 보통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옆지기가 밭에서 뜯어온 나물들
산마늘은 해가 지날수록 잎이 커지고 수확량도 늘어난다.
방풍나물도 우리가 운학리에서 산다면 풍족하게 뜯어서 먹을 정도는 될 것 같다.
저녁은 일찍 시작하기로 해서 5시 40분에 준비를 마쳤다.
ㅋ... 오늘은 삼겹살을 구워서 먹을 생각에 롯지삼겹살 그릴을 하나 샀는데 .....
시즈닝을 해서 가지고 왔지만 먼저 불판을 뜨거운 불에 달구워서 돼지비게로 닦았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에 와우순대국에서 포장해서 가지고온 술국이 안주.
돼지비게로 불판을 닦은 후에 집에서 가지고온 삼겹살을 먼저 올렸다.
삼겹살을 숯불에 구워서 먹으면 좋은데 떨어지는 기름 때문에 난리라서 오랜만에 목살이 아닌 삼겹살을 굽는다.
그릴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다.
기름이 아래로 흐르니 거기에 김치를 올려두었다.
지금부터는 먹고 죽는 시간.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롯지에서 한국 사람들이 삼겹살을 워낙 좋아한다는 걸 알아서 삼겹살 전용그릴을 만들었다고 한다.
부르스타에 올리고 불을 켰더니 금방 뜨거워지니 사용하기에 부담은 없다.
술국 1인분이면 소주 두어 병은 거뜬하게 마실 수 있다.
산마늘을 하나 들고 쌈을 만들고 있는 옆지기
ㅋ... 맛있다.
맛은 좋은데 그래도 숯불에 굽는 목살에는 뒤지는 맛이다.
다음부터는 숯불에 목살......
황둔에서 산 삼겹살 두 덩이를 올리고....
꽃놀이하면서 비구경도 하고...
멀리 밭에 가래나무로 만든 의자가 보인다.
ㅋㅋ... 오늘 제일 잘한 일이란다.
술국을 팔팔 끓이고
참이슬 한 병 더....
옆지기는 홍초를 타서 마시고
정리를 마친 후에 커피 한잔 마시면서 노닥거리는 시간.
일찍 시작했더니 어둡기 전에 커피를 마신다.
시원히게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있으려니 가슴이 후련하다.
젖은 우산을 데크에 펼쳐두었는데....
새벽에 옆지기의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주범이라는 게 아침에 드러났다.
옮겨심은 모과나무와 새로 심은 두릅, 상추가 좋아하겠다.
스마트폰으로 좋아하는 음악도 크게 틀어서 듣고
방에서 2차로 맥주
비는 밤새도록 내리더니 아침까지 그치지 않고 내렸다.
너무 피곤했는지 깨지도 않고 잠을 잤는데 눈을 떠서 시계를 봤더니 새벽 5시 20분.
토요일 밤에 옆지기는 9시가 지날 무렵에 잠이 들었고 나는10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으니 ....^^
옆지기는 새벽에 데크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데크를 돌아다니는 소리가 나서 잠을 제대로 못해서 피곤하다고 한다.
ㅋㅋ... 아침에 밖으로 나가서 뭔가 확인을 했더니 데크에 세워놓았던 나무 옷걸이가 바람에 쓰러져서 데크에 걸렸으니 우당탕거리는 큰 소리가
들렸을 것이고 비맞은 우산을 말리느라 데크에 펴서 놓았었는데 우산이 바람에 날려서 데크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닌 소리였다.
"나를 깨우지...."
아침 5시 50분에 어제 먹던 술국에 밥을 말아서 후루룩 먹고
간밤에 불던 바람에 자목련 꽃잎이 떨어져서 바닥에 뒹군다.
마당에는 물이 흥건하게 고였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왼쪽 가운데 길죽하게 솟은 나무가 토요일 옮겨심은 모과나무인데 다행스럽게 바람에 넘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아침 6시 30분에 집으로 떠나기 전에 수돗물을 잠그고 차단봉을 걸려고 옆지기는 먼저 우산을 들고 나간다.
분리수거까지 마쳤으니 이제 중간에 쉬지 않고 집으로 달린다.
'어설픈 주말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나물과 참취나물 (0) | 2016.05.01 |
---|---|
꽃밭이 된 운학리 (0) | 2016.05.01 |
가래나무가 남긴 의자 (0) | 2016.04.18 |
두릅묘목을 심었다. (0) | 2016.04.17 |
주천장 (0) | 2016.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