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에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금요일 아침이 밝았다.
내일은 월동준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토요일...
바깥은 2.8도.
오늘이 소설이라는 뉴스가 나오던데 눈은 전혀 내릴 기색이 없다.
라면이 땡겨서 오늘 아침은 라면.
계란도 풀지 않고 깔끔하게 먹는다.
허리에 작업벨트를 차고...
제리는 캐노피룸에 방석을 깔고 두었더니 안에서 바깥을 구경하는 게 재미에 들렸는지 전혀 싫은 기색도
없이 엎드려서 쉬고 있다.
지난번에 시간이 촉박하게 작업을 하는 바람에 지붕 물받이를 걸쇠만 걸고 피스를 박았는데...
오늘 아침에 중간중간 촘촘하게 피스를 박았다.
옆지기는 신발장에 넣어둔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고...
아침에 오지 않고 약간 늦은 시간에 급식소에 온 누렁이.
"야! 왜 늦었어... 기다려."
밭에서 자라는 소나무 가운데 밑둥이 굵지 않은 것들을 자르려고 전기톱을 꺼내놓았다.
오일통에 자동차 엔진오일을 채우고...
약간 쌀쌀하지만 일을 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온종일 햇살이 든다는 일기예보.
금년에는 다시 만나기가 어려우니 캔에 사료를 섞어서 밥그릇을 급식소에 올려두었더니...
후다닥 올라서서 사료를 먹느라 바쁜 누렁이.
얼굴에는 영역타툼을 했었는지 여기저기 긁힌 흔적이 가득하다.
옆지기의 의견에 따르자면 밭에 있는 거의 모든 나무들을 잘라야 한다.
이것도 자르고, 저것도 자르고....
밑둥은 굵지만 가운데에서 자란다는 이유로 잘려나가는 소나무.
키우는 건 오래 걸리지만 잘려 나가는 건 순식간이다.
불과 1분도 걸리지 않고 넘어가니....
잘려서 넘어진 소나무 잔가지들을 전기톱으로 정리한다.
쌓인 나무 무덤이 많은데 새로운 나무 무덤이 여기저기 생긴다.
다시 밑둥이 굵은 소나무에 전기톱날을 들이민다.
"미안하다..."
잘려나간 소나무들을 대충 정리했다.
이렇게 잘라두면 뒷집 아저씨가 가지고 가신다니...
밭 중간에도 잘린 소나무들리 많이 누워있다.
가느다란 소나무를 심어서 이렇게 굵게 자랐는데...
여기도 잘린 소나무들이 뒹굴고...
여기도.....
밭 아래에서 경계를 넘어간 소나무도 잘라버렸다.
사이가 좋지 않은 옆밭 주인에게 이야기를 하고 잘라버렷다.
잘린 소나무는 옆집에서 땔감으로 쓰기로 하고....
만나면 이웃끼리 잘 지내야 한다고 밥먹듯이 이야기를 하던데 앞으로 두고 볼 생각이다.
밭 우측 배수로를 공사하기로 했는데 승락을 할 것인지 물어보기에 찬성한다고 했다.
잠시 구룡산을 올려다 보고....
굵은 소나무 밑둥이 잘렸다.
뒤로 보이는 소나무도 밑둥이 잘렸고....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힘을 주면서 전기톱을 사용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그리고 잘린 나무를 정리하는 게 더 힘이 드는 일이다.
얼른 점심 먹으러 오라는 옆지기.
오늘 점심은 빵이란다.
밥을 다 먹은 누렁이는 평소처럼 급식소 뒤에서 엎드려 쉬고 있다.
급식소 뒤애 작은 냥이집이라도 지어줬으면 좋겠는데 사람이 없으니 집이 필요가 있으려나 싶어서 그냥 두었다.
오늘 점심은 베이글과 군고구마, 케이크.
ㅋ... 딸기우유까지 특식으로 나왔다.
옆집과의 경계에서 자라는 소나무.
바로 옆에서 자라는 홍단풍의 기세가 등등해서 짧게 전정을 했다.
길게 자란 홍단풍의 줄기와 잎이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줄기를 죽여버렸다.
해가 들지 않으니 누렇게 죽어버란 솔잎과 줄기가 보인다.
밭에는 마로니에에서 떨어진 낙엽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홍단풍 때문에 고사한 소나무 줄기를 자르느라....
소나무 밑둥은 기울어지면서 옆집으로 줄기가 넘어갔다.
2년 전에 넘어간 줄기를 자르면서 전정을 했었는데 내념 봄에 다시 전정을 해야겠다.
전기톱으로 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옆지기가 전선통을 감고 있다.
전선통을 감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감으면서 이리저리 벗어나는 전선 때문에 예쁘게 감기가 아주 어렵다.
탈곡기 소리가 들려서 잠시 밖으로 나섰는데...
뒷집 아저씨 부부가 콩을 털고 있었다.
전부 쭉정이만 있어서 콩이 별로 없다던데....
아직 털지 않은 콩줄기를 들고 확인했더니 콩도 별로 없고 안에 든 콩도 썩은 것들이 많아서...
도로 건너 옆밭은 들깨를 말리는 모양인데 ...
뒷길 어디선가 공사를 하는지 엔진톱 소리가 요란하다.
반사경에 셀카 한 장찍고.....
누렁이는 오늘은 붙박이처럼 눌러 앉는다.
평소 급식소와 급식소 뒤가 영역인데 오늘은 뭘 참견하려는지 급식소에서 마당으로 내려왔다.
옆지기가 쥐는 물고 오지 말라고 전해주란다.
"너.. 쥐는 절대로 물고 오지 말아라.."
데크도 철거한 방부목으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길다란 의자를 만든다.
공사했던 사장님이 신발 받침대를 하라고 만들어놓았던 발판인데 남은 방부목을 짧게 잘라서 위를 덮었다.
긴 방부목이 없으니 짧게 잘라서 세로로 연결한다.
옆지기는 방부목 상판을 샌딩 중이고....
저녁을 먹으러온 누렁이가 석축 위에 앉아 있다.
오늘은 유난스럽게 다가오는 누렁이.
오일스테인을 바르는 옆지기.
짜투리 방부목으로 만들어서 상단도 그렇지만 옆은 여기저기 땜빵 투성이다.
금년에 저녁으로 주는 사료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캔과 사료를 섞어서 듬뿍~~~~
내년에도 살아서 만났으면 좋겠는데....
이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월동준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내년 봄에나 다시 오게 될 운학리.
쉴 틈도 없이 일을 하느라 바쁘게 보낸 금요일.
옆지기가 도와주는 바람에 하고자 했던 모든 일을 마무리했다.
지나는 바람과 저녁 햇살에 오일스테인을 말린다.
기초 틀을 아연각관으로 만든 의자라서 오래 사용할 것 같다.
수돗가 주변도 깨끗하게 치웠고....
내일 부동전을 잠그고, 뽁뽁이로 둘러싼 후에 끈으로 묶으면 마무리.
자작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저녁에 먹을 장어를 굽느라 숯불을 피웠다.
바깥은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
1.4kg을 주문했더니 커다란 장어가 세마리 들었던데...
일단 장어 두마리를 굽는다.
참숯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누렁이는 멀리 급식소에서 지켜보고 있다.
두툼한 장어.
저녁을 다 먹은 누렁이는 돌아갈 기색이 없어 보인다.
웅크리고 옆드려서 대기 중...
화덕에서 활활 타오르는 참숯.
ㅋ... 주철불판에 장어를 올리자마자 급식소에 있던 누렁이가 쏜살같이 마당으로 내려온다.
냄새를 맡고....
급식소로 가라고 했더니 뒤로 돌아서서...
숯불의 화력이 강해서 금방 익는 느낌이다.
급식소로 돌아가지 않고 마당에서 웅크리고 있는 누렁이.
"나도 좀 달라냥~~"
초벌로 구워서 방에서 먹을 생각이다.
작은 장어 한 토막을 밥그릇에 주었더니...
추가로 더 올려서 숯불에 굽는다.
미리 초벌로 구운 장어는 옆지기가 주방에서 프라이팬에 굽고...
눌러앉은 누렁이가 포식하는 날이다.
마지막이라면서 옆지기가 장어 한 토막 더 주라기에 밥그릇에 담아주었다.
"뜨겁다. 식혀서 먹어라~~"
"알았다 냥~~"
숯불이 아까운데....
장어구이로 저녁을 시작한다.
운학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세 판을 구웠더니 아무래도 남을 것 같아서 일단 대기 중인 장어...
먹다가 혹시 부족할 것 같아서 프라이팬에 대기 중인 장어.
먹다가 부족해서 프라이팬에 대기 중이던 장어를 추가하고...
부대찌개도 추가...^^*
장어는 오랜만에 먹으니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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