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학리에서 4박 5일을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마철이지만 장맛비는 운학리에 머무는 동안 멀리 달아났는지 쥐오줌 만큼의 빗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에 높은 습도로 인한 후덥지근한 기운이 감돈다.
일요일 아침도 실내가 습도로 ...-.-:;
잠시 바닥난방을 돌려서 축축한 분위기를 바꾼다.
오늘 아침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자는 옆지기.
밭에 널린 게 상추라서 프라이를 만들고 사이에 상추를 넣고, 딸기잼과 치즈크림을 발라서 만든 샌드위치
여유가 있으니 뻘짓도 한다.
문을 열고 나가면 좌측에서 십수 년을 버티고 있었던 신발장을 우측으로 옮겼다.
좌측 멀리 있던 쇼파를 끌어다가 문 옆에 놓고 위에는 선발을 달아서 와이파이로 cbs음악을 듣는
홈보이를 올려두었다.
대충 이런 분위기.
어차피 땀에 절은 작업복이라서 갈아입지 않고 빨랫줄에 걸어두었다.
옆지기는 갈아입으라고 성화였지만 갈아입어도 금방 땀으로 젖는 작업복을 굳이...
장마철이라서 비가 내릴 것처럼 흐리다가도 다시 맑아지는 운학리 날씨.
작년에는 비가 그렇게 많이 쏟아지더니 금년에는 마른 장마인가?
데크 기둥에 우편함도 달았다.
우편함의 색이 빨간 것은 눈에 잘 띄게 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
어디에서든지 눈에 확 들어오니...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중이다.
장마가 지나가면 데크 지붕을 다시 하라고 난리를 피우는 옆지기.
원하는 데로 해 줄 생각이다.
석축 위 영산홍 사이에서 올라온 범부채.
급식소는 아침을 먹고 조금 늦은 11시에 개점했다.
오늘 새벽에 누렁이 두 마리가 급식소에서 마주쳤는지...
새벽 3시에 마당에서 '냐옹~~ 니~야~옹~~'
다시
'냐~옹~~ 니야옹~~~'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어렵게 들었던 잠이 홀딱 깼다.
12시가 가까운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이 들은 것 같은데...
옆지기도 같은 시간에 깨서 화장실을 가던데 전혀 거리낌도 없이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잠자리로 든다.
뭐지?
옆지기가 이렇게 대담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들어 보니 거의 10분 정도를 서로 대치 상태로 냐옹거리기만 한다.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박차고 나가서 소리를 질렀는데 조금도 움직임이 없는 대치 상태를 유지한다.
새벽 3시에 데크로 나가서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아." 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마당으로 내려갔는데...
누렁이 두 마리 가운데 얼룩이 짙은 놈은 뒤로 후다닥 물러나는데 희여멀건한 누렁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대치 상태를 벌이는 곳은 다름 아닌 데크에서 마당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앞....
계단 난간에 널어둔 빨간 장갑을 들어서 희여멀건한 누렁이에게 던졌더니 몸통에 맞고는 바로 달아난다.
그렇게 대치상황이 끝난 줄 알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여전히
'냐옹~~ 니~야~옹~~'
다시 '냐~옹~~ 니야옹~~~'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들이 하는 소리로 따지자면
'니가 가라. 내는 몬 간다.'
'내도 몬 간다. 니가 가라 하와이~~'
뭐 이런 정도의 대화로 이해가 된다.
창으로 내다봤더니 희여멀건한 누렁이는 밭으로 달아나서 급식소를 올려다보고, 짙은 누렁이는
급식소에서 희여멀건한 누렁이가 있는 밭을 내려다보면서 대치 중이다.
그래서....
마당으로 환하게 밝히던 외부 보안등을 껐다.
이후로는 조용....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싸울 일도 없었겠지.
그리고 아침이 지나는데 새벽 대치로 피곤해서 어디가서 디비자는지 두 놈 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배수로 주변 풍경.
맥문동과 범부채, 원추리, 방풍, 백합이 자란다.
백합을 심은 밭.
백합은 금방 꽃망울이 터질 것 같이 벌어졌다.
하얀 미국 선녀 벌레가 줄기에 가득 달라붙었다.
백합 꽃망울이 전부 피면 아주 예쁠 것 같은데....
우리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 활짝 필 것 같다.
미국 선녀벌레가 극성인 텃밭.
운학리를 기준으로 보면 백합, 땅두릅, 부지깽이, 참나리, 엄나무, 박태기, 산마늘, 오가피, 두릅에
주로 달라붙어서 즙액을 빨아먹는다.
네이버를 보면 감나무, 명자나무, 배나무, 아까시나무, 참나무류 등 많은 활엽수에 기생한다고 하던데....
배수로를 따라서 자라는 소나무들...
이번에는 머위대를 꺽지 않고 보낸다.
점심은 미니 보름빵과 미니 호떡.
점심을 먹고 그늘진 데크에 앉아서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는 호사를 누린다.
항상 믹스커피를 달라고...
문짝을 떼어낸 화장실에 자바라가 있었는데 위에 방부목을 박아서 물이 밖으로 튀기지 않게 작업을 했다.
뜯어내고 잘라낸 붓꽃.
밭에 옮겨심은 원추리에 꽃이 피었다.
내일 집으로 돌아가려니 ...
오이고추와 청양고추를 수확 중인 옆지기.
예초기로 밀어서 밭은 아주 깨끗하다.
조금 있다가 두릅과 땅두릅도 전정하고...
밭에서 마당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들이 많이 자랐다.
참나리도 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옆에 선 삼잎국화도 키가 쭉 자랐다.
참나리 줄기에도 미국 선녀벌레가 하얗게 달라 붙었다.
고추를 수확하고 로메인상추를 수확하는 옆지기.
점점 수북하게 쌓이는 상추들...
삼잎국화.
키가 바짝 낮아진 참죽나무.
마당으로 올라가는 옆지기.
ㅋ... 반바지로 내려왔다가 모기에게 여기저기 물려서 ....-.-:;
늘어진 자귀나무 줄기.
돌단풍도 풍년이다.
계단 옆 늘어진 작약.
붓꽃이 사라진 석축 하단부 풍경.
명자나무.
잠시 지붕에 올라가서 실리콘 작업을 했던 부위를 살핀다.
위로 쭉 자란 엄나무와 땅두릅을 자르려고 고지가위와 전지가위를 들고 밭으로 출동.
엄나무 키를 거의 1미터를 줄인다.
오늘 이러면 안 된다는 표정으로 보는 제리.
마당에 내려오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다.
그제도 놀았고 , 어제도 놀았는데 뭘...
밭 아래로 내려가서 소나무 줄기를 타고 오르는 덩굴을 손으로 뜯어낸다.
덩굴이 소나무를 타고 오르면 죽을 소도 있으니...
바로 옆에 있는 엄나무도 고지가위로 키를 바짝 낮췄다.
숨은그림 찾기.
ㅋ... 어제 새벽에 냐옹거리면서 대치를 하느라 피곤했었는지 느긋하게 오후에 수돗가에 나타난 누렁이.
물통 옆에 서서 눈치를 보느라...
이놈은 짙은 누렁이라고 칭한다.
제리가 방에서 짖는다.
냥이가 온 걸 아는지...
오전에 차려준 급식소가 이제서야 손님을 받는다.
오늘 오후 작업에 사용한 농기구들...
사료를 먹으면서 주위를 경계중인 짙은 누렁이.
이놈도 다가가면 도망가지 않으니 조금 있으면 개냥이로 변할 것 같은 느낌이다.
키가 바짝 낮아진 참죽나무.
작약과 화살나무.
의자에 앉아서 잠시 휴식...
아그작~~아그작~~~
많이 먹는 누렁이.
사료를 다 먹고 급식소에 엎드려서 쉬고 있다.
데크 지붕에 생긴 벌집을 떼어냈다.
위에 벌집이 있는 걸 몰랐었는데 작업을 마치면서 옷을 벗어서 털다가 발견해서 에프킬라를 뿌리고
잠자리채로 떼어냈다.
잠자리채에 든 벌집과 쌍살벌들...
토치로 태웠다.
모르고 지냈으면 언젠가는 물렸을 텐데...
데크에 있던 소형 냉장고를 방으로 옮겼다.
이번 운학리행은 냉장고 털기가 주목적이라서 사흘을 지내면서 남았던 안줏거리로 마지막 저녁을 해결한다.
닭갈비에 깻잎을 넣어서 끓이고
영월서부시장표 베추전,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방으로 들어오는 문짝을 떼어달라는 옆지기.
그래서 문짝을 떼어냈다.
데크에 있던 소형냉장고는 술장고로 변신했다.
운학리에서 머무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냉장고 하나로는 감당키가 어려워서 소형냉장고를
같이 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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