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캐고 난 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대나무 의자에 니스 칠을 해야 한다.
이놈의 의자는 옆지기가 아파트 전실로 옮겨 놓은지가 십여일이 지났고 그동안의 묶은 때를 화장실의
쏟아지는 물줄기로 닦아내고 베란다에서 물기를 깨끗이 말려서 멀고 먼 운학리로 오늘 옮겨졌다.
이놈이 승용차 뒷 좌석에 들어가지를 않아서 아침 일찍부터 잘 돌아가지 않는 내 머리로 이리 넣었다 저
리 넣었다 요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다가 옆지기가 우여곡절 끝에 뒷 좌석의 문을 세게 닫을 수 있었다.
그러더니 내게 한마디 한다.
"자기는 좋겠어 머리 좋은 마누라랑 사니까......"
"잘났다.그래 니 팔뚝 굵어""
목재용 니스 1리터와 붓 두자루.
지난 봄에 물통을 신림에서 운학리까지 배달해준 만물상의 젊은 주인아저씨가 물건값을 계산하는데
집은 언제 지을 거냐고 물어온다.
모양새가 허접하다.
이랬던 이놈이
누리끼리하면서 꼬질꼬질하던 이놈이
옆지기의 곰꼼한 붓질을 통해서
이렇게 변신을 했다. 니스칠을 해 놓으니 음 쓸만해.
하얀색 의자 커버는 아직 니스가 마르지 않아서 ...
오늘도 재활용품으로 새로운 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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