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준비한 닭죽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담배라도 한 대 피울 겸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계량
기를 살펴보았다.
전기계량기를 들여다보니 사용량이 4,698kwh
5월 11일 메일로 도착한 전기요금 청구서에 지금까지 사용한 전력이 4,665kwh였으니 거의 비슷하게 맞는 것 같다.
겨울철인 12월부터 3월까지는 운학리에 갈 일이 없으니 거의 사용량이 없는데 4월부터는 전기 사용량이 조금씩 올라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설픈 농사 흉내를 내면서 시골을 오가고 있지만 번듯한 집이 없이 이런 식으로 다니는 우리 방식이 아주 편안하다는 생
각이 가끔 들고는 했다.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는 안 가면 그만이고 월동준비를 제대로만 하면 보일러나 수도가 동파될 걱정도 없으니 가고 싶
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가면 그만이니....
그래도 요즘에는 집을 이렇게 지으면 좋겠고 저기에 무었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둘이서 꿈도 야무지게 히히덕거리면서 놀고 있다.
담배 한 대를 피우면서 밭을 내려다보니 날이 덥지 않아서 수월하게 제초작업을 마칠 수 있었는데 날이 더워지고 비라도 내리면 무성하게 자
라는 잡초 때문에 땀으로 목욕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여기는 옆지기의 작업 전담구역인데 작업도구 4종세트가 여기저기 널려있는 모습에서 힘들게 일하는 옆지기의 모습이 대충 그려진다.
아주 말끔하게 변했지만 돼지감자 싹을 정리했어도 다음에 가면 다시 올라올 것이 분명하다.
우측 아래 검게 보이는 부분은 작년 봄에 검불들과 옥수수대를 태운 곳인데도 옆지기가 괭이로 긁어서 깨끗하게 정리를 마쳤고 소나무 아래
듬성듬성 풀이 자라지 않는 곳은 굴삭기 작업의 여파로 아직 풀이 보이지는 않지만 울툴불퉁한 흙을 고르게 펴느라 조금 힘이 들었다.
창밖에서 자라는 쥐똥나무들을 보니 지난번 왔을 때는 없던 잎이 제법 무성하게 자랐다.
쥐똥나무 옆으로는 물이 고이는 곳이라서 잘 자랄 것 같지 않았지만 꾸준히 싹이 나오고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걸로 봐서는 예전에 나무를 팔
았던 종업원의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었씀이 확실하다.
2007년 7월 28일에 석분이 많이 섞인 흙에 심느라 고생을 했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무를 심을 시기가 많이 지난데다가 너무 무더운 여름이기에 지금 심어도 잘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쥐똥나무는요. 너무 안 죽어서 탈이에요." 라고 했었는데 잘 자라고 있다.
설겆이를 마친 옆지기와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쉬는 동안 뜨듯한 방에 배를 깔고 누워서 옆지기가 너무 웃긴다며 보는 드라마를 잠시 같이 보
다가 아직 할 일이 남아서 3시가 지날 무렵에 밖으로 나섰다.
옮겨심으면서 부러진 소나무 가지와 속가지들을 정리해야 하고 옆지기는 석축 사이에 난 풀을 정리해야 하는데 잠시 작업을 하고 있던 중에
마당으로 박 선생님이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밭에까지 내려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가시면서 뒷집으로 올라가셨는지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소나무는 아래에서 자라는 가지들도 정리하고 부러진 가지와 속에서 여기저기로 뻗은 가지를 정리하느라 바빴다.
이후에는 서로 맡은 구역을 정리하고 가꾸느라 얼굴을 마주칠 기회도 없이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나무를 정리하면서 멀리에서 일하고 있는 옆지기를 보았더니 석축 사이에서 자라는 잡초도 뽑고 전정가위로 옥향을 다듬고 있던데 서로 바
쁘다 보니 디카에 담지는 못했다.
진입로에서 자라는 조팝나무와 쥐똥나무 그리고 여기저기 세력을 넓히고 있던 개나리도 전정을 했다.
개나리가 봄에 피는 노란꽃이 보기에는 참 좋은데 이리저리 덩굴처럼 세력을 잘 넓히기 때문에 조금 성가신 부분도 있다.
옆지기는 작업을 마치고 모아놓은 검불과 뿌리들을 정리하느라 이리저리 밭을 돌아다니고
석축 사이에서 자라는 소나무
가지 여기저기에 달렸던 솔방울을 모두 따고 ....새순이 많이 올라왔다.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려는 시간에 작업을 마쳤는데 겨우내 놀다가 일을 하려니 삭신이 쑤신다.
하지만 이렇게 대충 정리를 마치니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드니...^^*
이제는 꺼내둔 농기구들을 창고로 옮기는 시간
옆지기가 이제 그만 정리하자며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옮겨심은 소나무에도 새로운 순이 보이니 금년만 잘 보내면 더욱 풍성하게 자랄 것 같다.
전나무에서 올라온 연두색 새순의 색이 참 곱다.
나중에 내려오면 여기만 밭으로 가꾸자고 하는 옆지기
밭에 무성하게 피었던 이름 모를 하얀 꽃
오늘 작업했던 농기구들이 외발수레에 실려있다.
황둔에 있는 농협에서 35,000원에 산 농약과 살충제.
예전에 있던 사람은 조합원이 아니라도 조합원이 사는 가격으로 정리해서 주었는데 이번에 만난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조금 비싸게 샀다.
밭에 있는 굴의 입구가 커다랗고 생긴지가 오래되었는데 두더지굴인지 쥐굴인지는 모르겠지만 두더지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을 굴에 넣으
려고 샀는데 두더지굴이 아니고 쥐굴이라면 ....-.-:;
어느 사이에 해가 넘어갔는지 구룡산 아래에 걸려 있던 햇빛이 보이지 않고 구룡산 위로 달이 보인다.
사흘 뒤가 보름이라서 그런지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아직 여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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