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 마당에 앉아서....
옆지기는 운학리로 오기 며칠 전부터 마당에 작은 모기장을 치고 화덕에 숯불을 피워서 먹는 목살 숯불구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 메뉴도 목살을 준비했다.
할로겐작업등에 유리와 전구를 바꾸고 전원을 꼽았는데 불이 감감무소식...이런 되~엔~장.
하는 수 없이 그냥 작업등을 꺼내서 불을 밝혔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느라 땀에 절은 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 머리에 물을 한 바가지 뿌렸더니 너무 시원해서 .....몸이 떨린다.
이런 것 때문에 힘들게 땀을 흘렸어도 기분은 아주 개운하다.
내가 씻는 동안에 옆지기가 마당에 저녁상을 차린 모습.
조금 좁아 보이지만 둘이서 술 한잔 마시기에는 아주 좋은데.....
방부목으로 대충 만든 의자도 보이고 화덕에 목살도 올렸다.
황둔에서 옆지기가 차에 오르면서 원앙정육점 사장님이 기름이 많은 목살을 줬다며 투덜거리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고기를 살 때마다 여주인이 항상 좋은 고기를 줬었는데 오늘은 남자가 파는데 목살에 기름이 많았다며....
내가 보기에도 목살에 기름이 좀 많아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목살에서 흐르는 기름 때문에 화덕으로 불쑈를 보여주고 있는 옆지기.
옹기해장국에서 포장해서 가지고 온 해장국도 자리를 잡고 뒷집에서 딴 고추도 보인다.
선지해장국.... 먹어보니 선지가 맛있다.
옹기해장국을 포장하면서 같이 따라온 양도 자리를 잡고
화롯대에는 옥수수껍질을 올려서 날벌레가 오지 않도록 불을 붙여두었다.
날벌레들이 오지 못하도록 모깃불을 피웠는데 이상하게 밤이 깊어서 그런지 날벌레들은 통 보이지 않는다. 얘들도 밤이 깊어서 자러 갔나?
날벌레들이 없으니 모기장도 걷고...
달랑 하나 있던 이슬이도 사라지고 김치냉장고에 있던 캔맥주를 꺼내왔다.
밤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옆지기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을에 흙을 대여섯 차 받아서 배수로 주변을 조금 높이고 앞으로 얕은 석축을 쌓아서 창고를 그
리로 옮기고 그 앞으로는 매실나무와 자두나무를 옮겨심고 기타등등.....
술을 마시다 말고 옆지기는 중독성이 있는 놀이를 하느라 바쁘다.
토치로 잡초를 태우고 있는 중..... 내가 해보니 아주 중독성이 높다.
밤 12시가 훌쩍 지난 시간까지 마당에서 놀다가 이제는 내일을 위해서 잠을 청해야 하는 시간.
매룬님이 만들어 주셨던 촛대 위에 촛불이 밤을 밝히고 있다.
너무 힘이 들어서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